김정은은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유일독재체제를 확립한 듯 보이지만 김정일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드러난 체제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불안요소가 상당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장성택 실각 후 2인자로 치고 올라온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리영길 군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등 이번 주석단에 새롭게 편입,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이들은 새로운 ‘실세 3인방’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기존 장성택 측근이었던 로두철 내각 부총리와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도 지난 13일 사망한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장의위원에 포함된 데 이어 주석단에서도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김정은 유일체제를 위한 내부정리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체제 안정화를 위해 숙청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긴급 전군 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소집하고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 내부 동요를 외부 도발로 차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일시적으로 내부가 강화될 수 있겠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민심이 이변되고 정권 불신이 커지기 때문에 내부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커트 켐벨 전 미국 국무부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출현해 김정은이 스위스에 유학하던 10대 시절부터 “위험하고 예측 불허이며 폭력에 기울기 쉬운 과대망상형”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정은 부인인 리설주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내비치며 그동안의 장성택 연루설과 신변이상설을 일축했다. 반면 김국태 장의위원에 이름을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한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는 김정일 추모대회에 불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성택의 갑작스러운 처형에 따른 충격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제기했다.
중국은 그동안 침묵에서 벗어나 불편한 속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북한과 중국의 관계도 소원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중국을 상대로 다양한 경제정책을 펼치던 장성택의 숙청으로 경제 개혁·개방의 후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김정은 방중이 어려워질 경우 경제·외교적 고립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잠적설이 제기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은 16일 프랑스 경찰 경호를 받으며 등교하는 모습이 기숙사에서 목격됐다. 김한솔은 작년 10월 핀란드 TV와의 인터뷰에서 “할아버지(김정일)와 삼촌(김정은) 간의 문제였고 그(김정은)가 어떻게 독재자(dictator)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김정남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