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겸 회장이 회사를 이끌 차기 수장을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MS가 최근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되는 재계 거물들이 기존 회사에 잔류를 결정하거나 내부 승진을 하면서 차기 수장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게이츠 회장은 지난달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이사진들이 현재 최종후보를 찾고 있으며 얼마나 MS CEO에 적합한지 판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게이츠가 서한에서 밝힌 것과 달리 시장에서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인물들의 행보는 MS CEO직과 동떨어져 있다.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앨런 멀러리 포드 CEO는 일찍이 MS 차기 CEO 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러나 최근 그는 내년 말까지 회사에 남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MS 차기 후보 설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그가 정보·기술(IT)분야에 전문성과 지식이 부족해 MS 내부에서 후보로 힘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MS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던 퀄컴의 스티브 말렌코프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지난 12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CEO로 내부 승진을 했다.
이밖에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베이 CEO와 폴 매리츠 전 VM웨어 CEO도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MS가 이같이 CEO를 맡을 새 인물을 찾는데 난항을 겪는 것은 최근 십 년간 엄청난 대·내외적 변화를 겪는 회사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컴퓨터 운영체제(OS) 윈도 등 소프트웨어로 급성장을 이룩한 MS는 PC시장 침체기에 맞물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자 주력사업을 하드웨어와 서비스로 대대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회사가 전환기를 맞은 상황에서 이사진이 대형 회사를 이끈 경험은 물론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까지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을 찾고 있어 차기 CEO 인선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구인자문회사 맥쿨그룹의 조셉 맥쿨 대표는 “외부에서 CEO를 찾는 것은 언제나 더 많은 리스크와 비용 부담을 갖게된다”면서 “이제까지 총 2명의 CEO가 거쳐 간 MS의 경우 새 CEO를 지명한다는 것은 회사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에서도 사티야 나델라 MS 수석 부사장, 토니 베이츠 전략 부사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사업부 전체를 총괄한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차기 CEO의 연봉도 인선에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티브 발머 현 CEO는 현재 회사 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다른 경쟁 기업에 비해 낮은 연봉을 받고 있다. 실제로 발머 CEO는 올 회계연도에 125만 달러를 받았으나 말렌코프 퀄컴 COO는 지난해 142만 달러를 연봉으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