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여행객의 몸과 마음 녹여주는 별미가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이다. 겨울이면 더 생각나는 찐빵은 속을 가득 채운 팥 앙금이 맛의 포인트다.
전국 각지를 여행하다 보면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전통 찐빵을 만날 수 있다. 그중 찐빵의 대명사는 누가 뭐래도 안흥찐빵이다. 강원 횡성군 안흥면이 본고장으로 팥 하나에 온 정성을 쏟는다. 팥을 4시간 이상 무쇠솥에 넣어서 푹 삶고 인공감미료는 전혀 넣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막걸리로 발효시켜 1시간 동안 방에서 숙성시킨 반죽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처음 한입 먹었을 땐 달지 않아 밋밋하게 느껴져 실망할 수도 있지만 찐빵 하나를 다 먹고도 다시 손이 갈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안흥찐빵에 버금가는 전통 빵은 경주 찰보리빵과 황남빵이다. 안흥찐빵과 달리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인 찰보리빵은 납작한 빵 사이에 팥 앙금이 들어가 부들부들하면서 씹히는 맛이 재미를 더한다.
반면 황남빵은 두툼한 빵 안에 팥이 가득 채워져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촉촉하고 향이 진한 황남빵은 전부 손으로 빚어내 모양이 제각각이다. 겉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전통 빵이다.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기차여행하면 생각나는 전통 빵은 단연 천안 호두과자다. 팥이 들어간 특산물 중 단연 으뜸으로 손꼽히는 호두과자는 작고 동글동글해 한입에 넣기 좋아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간식용으로 인기다. 팥앙금과 함께 씹히는 호두가 호두과자 맛의 포인트다. 요즘은 천안뿐 아니라 전국 휴게소 어디든 맛볼 수 있는 국민간식이 됐다.
경남 통영에는 충무김밥과 쌍벽을 이루는 먹을거리가 있다. 통영꿀빵이다. 이름만 들어도 침이 고이게 되는 통영꿀빵은 통영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찾게 되는 특산물이다. 동글동글한 모양의 빵 반죽을 기름에 튀긴 뒤 시럽을 묻히면서 깨를 뿌리는 방식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여행 중 찐빵 시식을 잊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서울에도 식도락가를 사로잡는 붕어빵이 있다. “무슨 붕어빵 따위가…”라며 실망할 수 있지만 보통 붕어빵과는 다르다. 피자치즈와 칠리소스가 들어간 치즈 칠리 붕어빵이다.
지하철 2호선 이화여대역 주변 포장마차에서 선보인 이 붕어빵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여대생 입맛을 접수했다. 케첩과 칠리소소를 섞고 옥수수와 피자치를 넣어 ‘피자 붕어빵’으로도 불린다. 매콤하면서 새콤한 피자 토핑과 쫄깃한 밀가루 반죽이 이상적인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