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회적 통념으로 말미암아) 사랑을 하면서도 축복보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동성애자들이다. 동성애자는 생물학적 또는 사회적으로 같은 성별을 지닌 사람을 사랑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남자가 남자를, 여자가 여자를 사랑한다.
우리 사회는 동성애자들에게 관대하지 못하다. 동성커플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에 대한 혼인성사 거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지난 10일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등기우편으로 접수, 수리를 촉구했다. 지난 9월 초 결혼식을 올린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하지만 서대문구청 측은 혼인은 양성 간의 결합임을 전제로 한 헌법 36조 1항을 근거로 들며 이들의 혼인신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헌법 36조 1항에 따르면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조 감독은 "국가가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혼인신고를 거부한다면 이는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이라며 "헌법과 민법에 동성애자 결혼 금지조항이 없는 만큼 합법이 아니라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구청의 확고한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운동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계의 반발 역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동성애자 등에 대한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거센 반발로 인해 철회됐다.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서구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3월 거센 논란 끝에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프랑스 이외에도 현재 14개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있으며, 미국 등 3개국은 일부 자치주에서 합법화를 인정하고 있다.
동성애, 이제는 성소수자 문제에만 국한된다고 볼 수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내 가족과 내 친지의 문제로도 부각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동성애에 대한 차별 때문에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어느 순간 나와 가까운 이들이 아니 될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성적 소수자들이 보다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차별금지법안 입법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울러 김조 감독의 혼인신고 논란을 계기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금지에서부터 결혼 합법화에 이르기까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일보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