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주변국들이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지난 8일 선포한 방공식별구역(KADIZ)과 관련해 곧바로 초계활동 확장 등 후속조치에 들어갔다.
국방부가 이날 이어도 남쪽 236㎞까지 뻗어있는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하며, 마라도와 홍도(거제도 남단 무인도)의 인근 영공도 포함하는 한국 KADIZ를 공식 선포했다. 조정된 구역에는 마라도와 홍도 남방의 영공, 이어도 수역 상공이 포함됐다. 새로운 KADIZ는 관보와 항공 고시보를 통한 고시 절차와 전파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7일간의 준비기간을 둬 오는 15일 효력이 발생토록 고시된다.
군 당국은 이번 조치로 우리 군의 식별과 탐지, 감시범위가 넓어진 데 따른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특히 이어도 수역의 초계활동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군의 해상초계기(P3-C)는 1주일에 2∼3회 이어도 수역 상공에서 초계활동을 펼쳐 왔지만 최근에는 매일 1차례 이어도 수역에 대한 초계활동을 펼치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해군 함정이 이어도 인근을 지날 때 항로를 이어도 쪽으로 변경해 거쳐서 가는 방안도 마련됐다. 아울러 해경의 헬기 초계활동과 초계기(CN-235) 활동도 늘릴 전망이다. 공군도 KADIZ내로 진입하는 항공기 식별과 감시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며, 유사시 F-15K가 발진할 수 있는 대기태세도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다음 주 미국과 워싱턴에서 차관급 전략대화를 통해 KADIZ 선포 이후 상황과 역내 갈등 및 위기관리를 위한 대응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은 이달 중순께 워싱턴을 방문, 카운터파틍니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과 전략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미국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 등 관련국가들의 반응은 아직까지 큰 반발은 없다. 새로운 KADIZ가 국제 규범 및 관례에 맞춰 FIR과 일치하도록 설정했기 때문에 미국 등이 이해가능한 범위 내에서 있다는 평가다. 젠 사키 미국 국부무 대변인은 KADIZ 선포직후인 8일(현지시간) 논평을 내고 “한국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과 사전협의를 통해 책임 있고 신중한 방식으로 이번 조치를 추구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어도를 중심으로 중국, 일본과 중첩된 구역은 최악의 경우 3국 모두 전투기가 출동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자칫 동북아의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관련국들과 외교를 통한 신중한 행보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