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3일 ‘CEO레터 12월호’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 것은 어려운 과정을 앞에 두고 걱정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라며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막연한 낙관주의자의 시각이 아니라 일이 되는 방향을 찾아 노력하는 긍정주의자의 자세”라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스톡데일의 역설’을 예로 들었다. 스톡데일의 역설은 역경에 처하게 됐을 때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반면, 조만간 일이 잘 풀릴 거라고 낙관하면 무너지고 만다는 ‘희망의 역설’을 뜻한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하노이 포로수용소에서 8년 동안 수감됐던 스톡데일 미 해군 3성 장군이 “막연한 희망을 품은 낙관주의자와 희망을 잃은 비관주의자는 수용소 생활을 견디지 못했다”고 발언한 데서 비롯됐다.
이 부회장은 “스톡데일의 역설에서 보면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되 살아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버텨내려 노력한 사람들이 결국 끝까지 남았는데, 이들을 실천하는 긍정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며 “우리도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되 이를 이겨내고 더욱 성장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스톡데일의 역설에 대한 강조는 효성이 최근 검찰 수사 등 역경에 처한 상황에서 근거 없는 낙관보다 현실에 정면 대응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최근 효성은 이 부회장은 물론 조석래 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조현준 사장, 조현문 전 사장 등이 배임 및 횡령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등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 조만간 조 회장까지 검찰 조사를 받을 전망이어서 그룹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를 ‘다사다난’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그는 “올해는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배울 것도 많았고 여러 모로 한 걸음 성장하기도 했던 의미 있는 한 해였다”며 “내년은 ‘백년기업 효성’을 향한 우리의 의지와 실력을 시험해보는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니 흔들리지 말고 맡은 바 역할에 전담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올해 효성이 거둔 가장 큰 수확으로는 탄소섬유와 폴리케톤을 꼽았다. 이 부회장은 “올해 회사의 사업 중 가장 큰 수확을 꼽아보자면 전주 탄소섬유공장 준공과 세계 최초의 폴리케톤 상용화 성공”이라며 “두 사례 모두 우리 회사가 창립 이래 꾸준히 추구해온 기술경쟁력 강화 노력의 결실”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