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3년 같다.”
국회의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경제법안 늑장 처리에 대한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읍소다. 현 부총리가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를 빗대 정치 현안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경기악화에 때한 걱정 때문이다. 특히 예산안 뿐만 아니라 올해 세법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지 않을 경우 세금이 덜 걷히고 각종 세제혜택이 끊겨 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위축되고 서민과 중산층의 삶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다.
여야는 이날 밤 4자 회담 진통 끝에 가까스로 예산안 및 부수법안 연내처리에 합의했지만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한 특검 실시 여부가 또 다시 국회정상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욱이 처리 시점이 불투명한 외국인투자촉진법과 관광진흥법 등 투자활성화 법안이 연내 처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자칫 내년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질까 정부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향후 5년간 2조4900억원의 세수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소득공제제도의 세액공제 전환,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 설정,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대상 확대 등으로 4조4800억원의 세수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근로장려세제 확대와 자녀장려세제 도입, 장애인·노인 고용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한도 인상 등으로 줄어든 1조9900억원은 중소기업, 서민,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세제혜택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지난 8월 세법 개정안이 한차례 수정을 거치면서 세수효과도 당초 정부 예상보다 5000억원 줄어든 1조 9000억원에 그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지만 당장 세법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져 경제활성화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현 부총리는 올해 말로 기한이 끝나는 조세특례제한법상의 각종 지원제도가 폐지돼 서민·중산층·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이 끊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각종 투자지원 제도도 종료돼 경기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올해 세제개편을 통해 정부는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중소기업의 기술이전에 따른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법인세를 오는 2015년까지 50% 각각 감면하고 창업 초기 중소기업의 투자세액공제(3%) 이월공제기간이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또 투자와 고용활성화를 위한 각종 세제 지원대책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지식재산서비스업과 유망서비스업에 대한 R&D·중소기업 세제지원 확대, 엔젤투자의 공제율과 한도 인상, 기술혁신형 M&A 활성화를 위해 벤처기업 인수시 법인세 공제, 세간제 일자리와 중소기업 고용증가에 대한 세제지원 등이 그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투자의욕 고취를 하겠다고 내놓은 세제혜택들은 입법화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이미 기업과 시장에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반응하고 있는데 입법이 지연된다면 기업의 고용이나 투자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법안이나 예산·세제개편안 처리 지연시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도 저하된다는 점도 문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에서 자꾸 정부 정책과 관련된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