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사람의 격을 높이는 방법- 정흥모 이야기너머 대표

입력 2013-12-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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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별나게 몸값을 따지던 사람이 가까이에 있었다. 입만 열면 몸값을 운운했다. 그런 대화가 싫어서 그 사람을 멀리했다. 요즘은 단지 몇 사람만 그런 게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의 가치는 종종 값으로 둔갑한다. 오로지 쓸모로만 사람을 평가하려는 세태는 이제 너무나도 당연시된다. 능력 있는 사람들,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보니 잘나가는 사람들을 제외한 사람들의 가치는 그야말로 바닥을 친다. ‘노숙자가 죽으면 아무 관심도 없지만 주가가 2%만 떨어져도 난리가 나는 세상’에서 변변하게 마음 붙일 곳 하나 없는 사람들이 지천으로 늘어간다.

며칠 전 난생 처음으로 갔던 파주 출판단지에서 재미있는 여성 한 분을 만났다. 그녀는 자신을 ‘한사람연구소’ 소장이라고 소개했다. 말이 연구소이지 혼자서 꿈만 꾸는 곳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한 사람의 가치는 본래 우주보다 큰 것인데, 막상 힘없는 사람들이 받고 있는 관심은 너무나도 소홀해서 보통사람들에게도 관심 좀 가져보자는 뜻으로 만든 연구소라는 것이다. 그때는 단순히 우스개처럼 듣고 넘긴 말이었는데, 그날 이후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회고 중에 불현듯 정현종의 방문객이란 시가 떠올랐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임철우의 소설 ‘그 섬에 가고 싶다’ 중의 한 대목도 생각난다.

“한때 우리는 모두가 별이었다. 저마다 꼭 자기 몫만큼 크기와 밝기와 아름다움을 지닌 채, 해 저문 하늘녘 어디쯤에선가 꼭 자기만의 별자리에서 자기만의 이름으로 빛나던, 우리 모두가 누구나 다 그렇게 영롱한 별이었다.”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굳이 소설가가 아니어도, 사람이 쓸모 때문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산다. 삼척동자도 사람은 그 자체로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쯤은 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몰랐던 옛날 어른들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가 별이라는 걸, 한때는 우리도 영롱한 별이었다는 걸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왜 사람의 가치는 점점 더 추락해 가는 것인가. 사람이 돈만도 못하고, 심지어 개만도 못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 대체 어찌된 일인가?

누구나 다 알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모르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최근 얻었다.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을 건네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한 분은 장애인복지관 관장님이다. 얼마 전까지 그는 셋집에서 중증 장애인 네 분을 모시고 함께 살았다.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집이 문제였다. 신혼에 대식구가 함께 살기에는 집이 너무 좁았던 탓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지인이 비어 있는 아파트를 빌려 주었고, 그는 결국 결혼 후에도 이분들과 함께 살 수 있었다. 살면서 두 명의 자녀를 낳았다. 그렇게 살다가 4년 만에 이분들은 다시 시설로 돌아갔다. 시설로 돌아간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차라리 시설로 보내 드렸다는 것이다.

또 한 분은 평소 잘 알고 지냈던 지역 활동가다. 그는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불구하고 오갈 데 없는 할머니 한 분을 모시고 산다. 할머니께서는 청각장애가 있어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다. 할머니를 모시고 산 지 올해로 17년째다.

직접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들은 말이 아니어서 혹시 일부 틀린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네 분이 아니라 세 분일 수도, 17년이 아니라 16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이분들은 그저 사람일 뿐 천사가 아니다. 흉도 있고, 허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또 어떤가.

중요한 건, 이분들은 사람이 실제로 어마어마한 존재라는 것, 한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도 모든 사람이 영롱한 별이라는 것을 말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어마어마한 존재로 대접받기 위해서, 모두가 지금도 영롱한 별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묵묵한 실천뿐이라는 걸 가르쳐 준 것이다. 사람이 쓸모가 아니라 인격으로 평가받고,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우받는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길은 아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데 있다는 걸 가르쳐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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