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사(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 미디어크리에이트(SBS자회사)의 온라인·모바일 광고시장에 진출할수 있도록 법제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현행법상 미디어렙은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만 할 수 있는데, 지상파 방송광고시장은 현행대로 개방하지 않은 채 미디어렙만 온라인·모바일 광고시장으로 진출케 한다는 게 골자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방통위를 중심으로 미래부와 함께 큰 틀에서 미디어렙의 온라인 광고시장 진출 논의를 진행중”이라며 “구체적인 안은 다음달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지상파 방송광고시장은 닫고, 온라인광고시장만 열어라? = 미디어렙이란 매체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등에 광고효과를 분석해 광고전략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크게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미디어렙’과 온라인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온라인 미디어렙’으로 나뉜다.
미디어렙법은 공익성 유지를 목적으로 지상파 방송광고 시장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이에 온라인 미디어렙이 지상파방송광고 시장에 진출하지도 못할뿐더러, 미디어렙 역시 타시장에 진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광고산업활성화’를 명분으로 미디어렙법을 개정, 미디어렙의 온라인 광고시장 진출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온라인 미디어렙의 지상파 방송광고시장 진출은 현행법 그대로 금지할 전망이라 미디어렙사가 제 밥그릇만 챙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디어렙의 온라인 광고시장 진출 안건은, 2008년 헌법재판소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판매 대행을 코바코가 독점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지속적으로 거론돼 온 사안이었다. 정부가 구체적인 안건 마련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독점을 유지하던 방송광고시장에 민영 방송사 미디어렙 진출이 허락된 만큼 코바코의 매출에 큰 타격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12년 8월 미디어크리에이트의 등장과 동시에 코바코 매출은 280억 원 가량이 급감했고, MBC마저 자사 미디어렙을 출범시키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등 안간힘이다. 게다가 최근 방송시청 행태가 PC, 스마트폰, IPTV, 등 N스크린으로 이동하면서 전통적인 방송광고 시장이 크게 위축돼 미디어렙의 시장확장 정책은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
온라인광고 업계는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온라인광고협회 신원수 상무는 “구글, 페이스북, 야후 등 초대형 해외 업체를 상대로 지켜온 국내 온라인 광고시장에 법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코바코가 진출하는 것은 돈 될만한 곳에 숟가락 얹는 것 밖에 안된다”며 “특히 자본력이 약한 중소업체들은 그대로 다 죽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온라인광고시장 중 미디어렙이 중점적으로 진출하려는 배너광고 시장은 7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10개의 민간업체와 다수의 군소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반면 방송광고시장 규모는 3조7000억 원에 달한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온라인 미디어렙사인 나스미디어 관계자는 “방송광고 시장은 개방하지 않은 채 온라인광고 시장에만 미디어렙이 진출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일침했다.
◇미디어렙, 실질적 역할 없이 중간에서 수수료만 = 전문가들은 미디어렙의 온라인광고시장 진출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예상하고 있다.
먼저 실질적인 온라인광고 집행 기술이 없는 미디어렙이 방송광고와 온라인광고를 묶어 판매하면서도, 온라인광고만 기존의 업체에 수주를 주는 방식이다. 결국 방송광고를 무기로 중간에서 수수료만 챙기는 셈이된다.
또 다른 방식은 온라인 미디어렙사를 설립하거나 인수를 통해 직접 진출하는 행태다.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미디어렙사가 온라인광고를 단가가 높은 방송광고와 함께 묶어 판매하게 되면, 방송광고시장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코바코와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온라인시장에서도 갑의 위치를 누리 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광고주에게 방송광고를 좋은 조건으로 판매해주는 대신 온라인 광고도 대거 수주받는 형태다.
온라인 광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진정으로 우리나라 광고산업 발전을 이끄는 길은 미디어렙이 제한적 경쟁이라는 온실속의 화초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을 꾀하거나 방송효과 분석기법 등을 개발해 사업 다각화를 이루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