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은 단지 숫자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다. 앞으로는 ‘시황에 문제가 있어서’, ‘공정에 차질이 빚어져서’와 같은 변명없이 모든 사업부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자.”
심재혁 태광산업 부회장은 중장기적 미래전략지도를 완성하기 위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태광산업은 지난 22일 경북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2014년 사업계획 발표회’를 열고 ‘점프(JUMP) 2088 비전’을 선포했다.
점프 2088 비전은 ‘2020년 매출 8조원, 영업이익 8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현재의 사업구조와 경영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것이다.
경영지원본부는 점프 2088 비전 실현을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한 핵심 품목 집중육성을 강조했다. 석유화학본부는 원가절감 및 판매전략 개선을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사업 발굴을 할 예정이며, 섬유사업본부는 고기능·고부가가치 품목 개발을 중점 전략으로 내세웠다.
심 부회장의 강한 혁신의지 선언은 태광의 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이 지난해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아 정상 경영이 어려운 가운데, 지난해 3월 이 회장의 처외삼촌인 심 부회장이 태광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러나 심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첫 해 태광산업은 1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물량공세 등의 여파로 주력 사업 부문인 섬유화학 업황이 급속히 나빠진 탓이다.
부진한 경영성적에 심 부회장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강도 높은 준비과정을 거쳤다. 심 부회장은 이번 비전 설정을 위해 지난 7월 ‘1일 1품목 진단회의’를 개최하며, 개별 품목에 대한 진단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 8월에는 1950년 태광산업 창사 이래 최초의 전사적인 차원의 경영전략 회의인 ‘전사 전략회의’를 열었다.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모아 각 사업부문의 실적과 전망·생산 품목별 시황·사업진단 결과·중장기 전략과제 등을 논의했다.
당시 심 부회장은 “현재 태광산업은 ‘성공이냐 실패냐’가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기존의 사고방식, 업무 시스템, 의사결정 구조 등 회사 이름만 빼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 부회장은 승부수를 띄웠다. 그가 진정한 태광의 구원투수로 우뚝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