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리자청과 어머니, 성실과 신의

입력 2013-11-18 11:1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준훈 시인ㆍKDB산업은행 부장

“옛날 광동성 외곽의 산에 한 절이 있었단다. 그 절의 주지스님은 노년에 이르러 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음을 알고는 두 제자를 불렀지. 그리고는 그들에게 각각 곡식 종자 한 포대씩을 주면서 말했어. ‘이 종자로 농사를 지어 더 많은 수확을 가지고 오는 사람을 내 후임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말이야.

이후 나이 많은 제자는 잘 여문 곡식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왔고, 그런데 웬일인지 나이 어린 제자는 빈손으로 돌아온 거야. 주지스님이 나이 어린 제자에게 연유를 물었어. 그러자 그 제자는 자기가 농지관리를 잘못해서 싹을 틔우지 못했다고 울먹였지.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주지스님은 나이어린 제자를 후임으로 지목한 거야. 나이 많은 제자가 이유를 묻자 스님이 말했지. ‘전에 내가 준 종자는 삶은 것이니 싹을 틔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데 달리 할 말이 있는가?’

나이 많은 제자는 농사를 짓지 않고 가짜 수확물을 들고 왔던 것이란다.”

아시아 최고의 갑부인 리자청(李嘉誠) 창장(長江)그룹 회장, 그는 13살에 학업을 포기했다. 부친의 폐병 때문이었다. 소년가장이 된 그는 13살에 한 회사에 들어가 사환에서 서기를 거쳐 창고관리로 일했다. 열일곱 살부터는 도매상의 영업일을 했다. 다른 사람이 여덟 시간 일할 때 그는 열여섯 시간 일했다. 영업사원 일곱 명 중 나이가 가장 어렸다. 그러나 항상 실적이 최고였고 그래서 18살에 영업부서 책임자가 됐다. 2년 뒤엔 사장이 됐다.

22살이 되는 1950년, 그는 번 돈 5만 홍콩달러로 창장 플라스틱을 창업했다. 플라스틱 완구와 일용품을 1일 3교대 생산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낡은 설비와 관리부실로 제품에 불량이 생겨 반품 요청이 쇄도하고 채무상환 요청이 이어졌다. 할 수 없어 직원을 해고하자 직원들이 반발했다. 동분서주하던 리자청에게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위의 ‘스님과 종자’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 순간 리자청은 가슴이 탁 트이는 듯했다고 후일 말했다. 그가 어머니로터 받은 영감은 바로 성실(誠實)과 신의(信義), 그것이었다.

리자청은 아시아 최고의 갑부, 세계 8위의 갑부다. 그의 재산은 33조원을 넘는다. 돈이 돈 번다고 하는 세상이다. 아직도 주식 시세판을 앞에 두고 작당(作黨)해서 한탕하려는 사람 있다. 또 기술이 돈 번다고 한다. 정부가 창조경제 기치를 내 거니 눈 동그랗게 뜨게 하는 기술을 들고 나와 침 튀기며 자랑한다.

정성(精誠)과 신뢰(信賴)야말로 사람됨의 근본이며 성공하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리자청은 강조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급성장’ 희귀의약품 시장…성공 가능성 모으는 K바이오
  • '기아 vs 삼성' 운명의 KBO 한국시리즈 5차전…중계 어디서?
  • [미국 대선 D-7] 판세 최종 분석…승부 가를 운명의 숫자 ‘7’
  • SNL, 이번엔 정년이 19금 조롱 논란…"재미도 의미도 없는 풍자"
  • 접어도 얇고 펴도 얇고…외형 변화에도 ‘슬림폰’ 포기 못 해 [폰 다이어트 경쟁②]
  • 제21호 태풍 '콩레이' 예상 경로…한반도 영향은?
  • 수능 17일 앞으로...“수험생 유의사항 확인하세요”
  • 준비 부족에 시행 연기ㆍ국민연금 참전 등 '시작부터 잡음' [400조 머니무브 D-3]
  • 오늘의 상승종목

  • 10.28 15:32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659,000
    • +0.66%
    • 이더리움
    • 3,467,000
    • -0.17%
    • 비트코인 캐시
    • 482,300
    • -1.59%
    • 리플
    • 717
    • -0.55%
    • 솔라나
    • 242,200
    • +0.04%
    • 에이다
    • 464
    • -0.22%
    • 이오스
    • 625
    • +0.32%
    • 트론
    • 228
    • -2.15%
    • 스텔라루멘
    • 130
    • -1.52%
    • 비트코인에스브이
    • 63,300
    • -0.63%
    • 체인링크
    • 15,090
    • -1.69%
    • 샌드박스
    • 343
    • -1.7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