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조작성… 급커브에서도 감속 필요치 않아= 고속으로 커브 길을 빠져나가는 ‘핸들링 시험로’를 시속 80마일(약 시속 120km)로 돌았다. 이 정도 속도면 원심력 때문에 차를 컨트롤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예상을 완전히 깼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R&H매니저의 운전 실력도 좋았겠지만 좀처럼 차가 커브 길을 벗어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차량이 코너 안쪽으로 말려 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직선도로를 접어들자 가속 페달을 밟으며 고속으로 주행했다. 차가 바닥에 붙어 뜨는 느낌이 덜했다. 소음도 거의 없어고, 차체가 위 아래로 흔들리는 반동감 또한 만족스러웠다.
20대 후반인 기자가 타기에도 신형 제네시스의 다이내믹함은 매력적이었다. 보통 고급차는 중장년층이 많이 탄다는 인식과 중후한 이미지 때문에 젊은층은 고급차보다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이나 콤팩트카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고급차를 타더라도 젊은 이미지를 갖춘 기아차의 K시리즈를 더 선호한다. 하지만 핸들링 퍼포먼스가 강점인 제네시스는 충분히 젊은층에도 어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위장막으로 가려 자세한 디자인은 볼 수 없었지만 겉으로 보이는 세련된 디자인 역시 신형 제네시스의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미션, 다이내믹함을 살려라= 2세대 제네시스는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의 특별 주문이 들어있는 자동차다. 기존 제네시스 모델이 렉서스를 타깃으로 제작됐다면, 신형 제네시스는 BMW와 폭스바겐의 고급차를 상대하기 위해 제작됐다. 정 부회장은 유럽형 느낌의 다이내믹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는 세단을 주문했다. 렉서스의 편안함보다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즐기는 미국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
제네시스 개발팀은 정 부회장의 미션을 받고 R&H 최적화를 위한 시험에 착수했다. 2세대 제네시스의 R&H 성능 개발을 위해 담당 엔지니어들은 잦은 커브, 언덕길과 같은 조건에서 주행 평가를 하고, 평가를 마친 후에는 부품의 굵기나 구조를 변경하고 재평가하면서 승차감, 조종안정성의 최적점을 찾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시승을 끝낸 뒤 신영곤 R&H매니저는 “신형 제네시스는 R&H와 관련된 승차감, 핸들링, 스티어링 휠을 조정하는 조타감, 튜닝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며 “미국의 도로주행 상황과 노면상태 등을 학습해 핸들링 퍼포먼스를 살린 자동차”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역사상 가장 혹독한 테스트= 2세대 제네시스는 남양연구소의 풍동, 환경 등 온갖 기능 특성 시험과 각종 주행로 시험, 영암 F1 서킷, 전국 고속도로, 강원도 대관령, 지리산 노고단길 등 주요 도로에서 현대기아차 역사상 가장 혹독한 시험을 거쳤다.
해외에는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과 유럽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집중적인 차량 종합시험은 물론, 북미와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 주요 도로에서도 다양한 시험을 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년여 동안 시험 제작된 제네시스 20여대가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각종 시험 코스에 투입됐다. 총 누적 거리만 160만 마일(약 260만km)의 극한 테스트를 거쳤다. 또 총 20.8km에 이르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300m에 달하는 심한 고저차와 73개 코너, S자 코스, 고속 직선로에서 혹독한 모의고사를 치렀다.
한편 2세대 제네시스는 한국에서는 이달 26일, 미국에서는 내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뒤 같은 해 4~5월경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