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막 한가운데 극한의 드라이브 환경만 모았다

입력 2013-11-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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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모하비 주행시험장 가보니…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막에 자리잡은 모하비주행시험장은 그 대지 면적만 약 1770만㎥(약 535만평)에 이른다. 사진제공 현대기아차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헬기를 타고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둘러봤다. 헬리콥터를 탄 그는 광활하게 넓은 캘리포니아 사막 하늘 위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주행시험장이야?”라고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들은 주행시험장 모서리마다 불꽃 연기를 피워 주행시험장의 경계선을 만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현대기아차의 모하비 주행시험장에 얽힌 에피소드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은 현대기아차의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이 시작되는 곳이다. 모하비주행시험장 입간판. 사진제공 현대기아차

◇여의도 면적의 두 배… 압도적인 규모=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캘리포니아시 사막에 자리 잡은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찾았다.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본 주행시험장은 한 눈에 보기에도 광활했다. 대지 면적만 약 1770만㎡(약 535만평). 영암 F1 서킷 면적의 9.5배,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한다. 높이도 남다르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고도는 북한산 높이(837m)에 버금가는 해발 800m에 위치해있다.

하늘에서 본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커다란 원형 경기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커다란 도로가 주행시험장과 사막의 경계선을 둥그렇게 그리고 있었고, 그 안에 구불구불한 S자 코스와 주차장을 연상시키는 넓은 아스팔트 도로가 자리잡고 있었다. 드넓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아스팔트 도로만이 이곳이 주행시험장임을 깨닫게 했다.

이 넓은 주행시험장을 만드는 데에만 666억원이 투자됐다. 6800만원대 에쿠스 980대의 금액과 비슷할 정도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크기도, 투자금액도, 환경도 입이 쩍 벌어지는 주행시험장이다.

▲현대기아차의 내외장 부품은 사막의 뜨거운 햇빛과 영하를 넘나드는 온도 테스트를 통과해야 된다. 사진은 재료 환경 시험동의 모습. 권태성 기자 tskown@

◇섭씨 54도 햇볕을 버텨라= 주행시험장 한 켠에는 자동차 유리, 도어, 램프 등 각종 자동차 부품이 줄 맞춰 널려있었다. 혹시 주행시험을 하다 떨어져 나온 자동차 부품이 아닐까도 생각했지만 사실은 열을 버티는 시험 중 하나다. 이 부품들은 열화 실험을 거치는 중. 햇볕에 자주 노출되는 자동차 부품을 특수 제작된 기기에 매달아 하루 10~12시간 태양에 정면으로 노출시킨다.

실험 중인 자동차 유리에 손을 댔다. 5초 이상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다. 현대차의 내외장 부품들은 이렇게 뜨거운 햇볕에도 버텨내고 변색되지 않아야 한다. 태양광과 자외선 노출로 인한 형태의 변형, 도색의 변질 등 극도의 사막 기후를 견디는 ‘재료 환경시험’을 거쳐야 현대차가 만드는 차량의 부품으로 선택된다. 모하비사막은 평균 온도가 39도, 7~8월에는 54도까지 오르기 때문에 실내외 부품의 품질을 실험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자동차는 극한의 도로주행 테스트를 거친다. 사진제공 현대기아차

◇미국 도로를 그대로 옮겼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현대기아차의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이 시작되는 곳이다. 고속주회로를 비롯해 범용시험장, 장등판 시험로 등 총 11개 시험로로 구성돼 있다. 특히 미국 도로 특성을 반영해 유달리 직선 도로가 많다. 특히 주행시험장의 메인 시험 코스인 고속주회로와 완만한 경사가 한없이 길게 이어지는 장등판 시험로는 이런 미국 도로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코스다.

R&H(ride and handling)를 시험하는 핸들링 시험로도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자랑이다. 급격한 커브가 쉼없이 이어지는 높고 험한 산맥이 많은 미국 지형 조건에서의 안전한 드라이브를 위해 꼭 필요한 시험코스다. R&H는 ‘푹신하다, 딱딱하다, 떨린다’라는 승차감과 ‘선회시 안정성이 있다, 차량이 민첩하다, 쏠린다’ 등으로 표현되는 조종 안정성을 이르는 말이다. 보통 승차감과 조종 안정성은 서로 반비례 관계여서 수많은 시험들을 통해 두 가지 성능을 극대화시키는 포인트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2세대 제네시스인 ‘제네시스DH’도 이 코스를 수십번, 수백번 거쳐 탄생됐다.

이밖에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뉴욕, 디트로이트, 덴버, 샌프란시스코 등 30개의 다양한 미국지역 노면 조건과 LA 프리웨이를 그대로 재현해 미국 현지 적합성 실험을 하고 있다. 실제 버스를 타고 주행시험장을 돌았을 때 울퉁불퉁한 노면과 졸음방지 노면, 두껍고 얇은 아스팔트 도로 등 노면의 거침과 매끄러움이 온 몸에 그대로 전해질 정도로 미국 도로를 그대로 주행시험장에 옮겨 놓은 느낌이었다.

신영곤 R&H 매니저는 “국내 남양연구소에는 없고 오직 모하비 주행시험장에만 있는 장등판시험로를 비롯해 총 11개의 다양한 시험로에서 모든 운전환경을 고려한 최적의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주행시험장은 GM, 포드, 토요타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만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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