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라이엇게임즈는 전 세계 게임 마니아들의 폭발적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롤)’ 2014년 월드챔피언십을 한국에서 개최키로 전격 발표했다. 전 세계 e스포츠 팬들과 함께하는 최고 권위의 글로벌 대회인 월드 챔피언 경기가 e스포츠의 메카이면서도 ‘게임하기 가장 힘든 나라’ 한국에서 개최되는 아이러니컬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e스포츠 팬들은 이 소식에 엄청난 환호를 보내면서도 ‘게임 규제 때문에 경기하다가 10시에 다 집에 돌아가야 하나’라는 뼈 있는 농담들을 쏟아내고 있다.
게임중독법을 포함한 각종 게임규제법이 줄줄이 발효되면, 2014년 롤게임 월드컵은 어떻게 평가될까? 내년 행사 개최 시 전 세계 수많은 국가별 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쏟아낼 광고비와 그 부대 광고효과로 벌어들일 달러 수익에 대해 과연 정부와 정치권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
정부와 정치권이 게임산업을 도박, 마약류와 같은 중독물질로 규제하려는 게임중독법 제정 움직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메이저 게임개발사들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고, 대작 개발 및 퍼블리싱을 아예 해외시장부터 시작하기로 하는 등 게임산업계의 ‘탈 코리아’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비롯해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게임중독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게임산업의 숨통이라도 끊을 태세도 숨 가쁘게 규제폭탄을 쏟아내자 게임중독이라는 사회적 이슈와 연간 3조원을 벌어들이는 효자 수출품목이라는 산업적 이슈를 구분해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스마트폰에 중독됐다는 문제 때문에 단말기 제조사 삼성전자에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없듯이 중독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이용 문화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게임업체들이 중독성을 완화해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문제는 부모가 철저히 자녀들의 PC와 스마트톤 이용 패턴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는 개별 회사가 할수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적 기능,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숨 가쁜 규제 압박에 게이머들은 물론 게임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법 제정 시 공청회 등은 기본인데, 법안 발의 전 게임업계나 협회,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는 거의 없이 처음부터 업계를 배제했다”면서 “법 발의 후 진행한 공청회 역시 발표와 진행이 편파적이었고 업계 의견은 사회자로부터 저지당했다”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게임개발사는 국적을 변경하고 게임개발자는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 사회적 이슈와 산업적 이슈 분리 = 게임 과몰입, 중독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래부는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인터넷 중독예방 예산을 출연하고, 여성부도 청소년 인터넷 게임중독대응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정부가 핵심 콘텐츠로 꼽은 산업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부작용 해소정책을 펼쳐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런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게임개발사에 기금을 강요하는 것은 전 세계 유례없는 조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게임이 정말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는 중독 매개체라면 국가가 중독 치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게임규제법이 나오면서 업체들의 주가가 지난 한 달간 시가총액 기준 2200억원이 증발했다”며 “여기에 게임중독치유부담금까지 내야 되는 상황이라면 자금이 부족한 게임사업자들에게는 사업을 포기하라는 압박과 다름없다”고 새누리당의 게임 규제안에 대해 비난했다.
과몰입에 대한 문제는 국가적으로 관리하되, 정치권의 게임산업을 고사시킬 수 있는 규제안은 철폐돼야 한다. 이러한 논리라면 다음 중독 규제 대상은 전 국민의 모바일 메신저로 떠오르며 또 다른 학부모들의 골치거리인‘카카오톡’이나 한국의 떠오르는 콘텐츠인 ‘웹툰’이 될 것이다.
◇게임은 한류 대표 문화 콘텐츠=2005년 한국보다 더 심한 규제를 했던 중국 정부가 규제에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자 장려책으로 노선을 바꾼 것처럼, 국내 정부 역시 게임산업에 대한 정책방향을 육성 쪽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게임 과몰입 해소 방안을 고안하는 연구소를 따로 설치해 운영하는 것은 물론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정책을 펴고 있다.
게임이 문화콘텐츠 수출에서 60%가량을 차지하는 달러박스라는 점을 감안, 산업을 ‘사회악’으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분석이다.
K팝 한류음악 수출의 7배가 넘는 연간 3조원을 벌어들이는 게임산업을 사회적 이슈 문제 때문에 산업 자체를 고사시키는 것은 창조경제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국내 게임산업은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 이용시간 제한으로 수출 실적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국내 게임산업은 답보 상태다. 규제와 진흥, 양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육성정책을 위해 다양한 입장을 가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 긍정적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한국컴퓨터게임학회장인 중앙대학교 이원형 교수는 “게임은 하나의 문화 콘텐츠이고 인터넷 세상에서 발생된 자유롭고 창의적 새로운 문화 공간이기에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정부는 중국 정부가 했던 것처럼 자율 규제에 무게를 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