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표적 작품은 일본, 대만, 중국, 한국 등 여러 나라에 리메이크된 ‘꽃보다 남자’다. 대만은 가장 먼저 일본 만화 ‘꽃보다 남자’를 드라마 ‘유성화원’으로 리메이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이민호와 김현중, 김범, 김준 등 우월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F4와 구혜선을 내세워 한국판 ‘꽃보다 남자’를 만들었다. 한국판 ‘꽃보다 남자’는 3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 꽃미남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누렸다. 일본 야마자키 도요코의 베스트셀러 소설 ‘하얀거탑’을 리메이크한 한국판 메디컬 드라마 ‘하얀거탑’(2007)도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천재적 능력과 권력에 대한 야욕을 가진 외과 조교수 장준혁(김명민)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학병원 교수가 돼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특히 해당 작품은 약 15억원의 제작비로 1200여 평 규모의 병원 세트장을 지어 의학드라마의 외형도 완벽하게 연출해냈다. 뒤이어 일본 작품을 리메이크한 드라마 ‘공부의 신’(2010), ‘닥터진’(2012),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등이 인기를 끌었다. 2013년에는 유난히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았다. 각양각색의 일본 드라마들이 한국 스타일로 변형을 꾀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원작은 일본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이다. 이는 문근영, 김주혁 주연의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2006)로 제작되기도 했다. 특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일본으로 역수출되는 호재도 누렸다. ‘직장의 신’은 일본의 ‘파견의 품격-만능사원 오오마에’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김혜수가 200여 개의 자격증을 가진 슈퍼갑 계약직 역을 맡아 우리 시대의 직장인들의 애환과 정서를 잘 표현하며 시청자에게 큰 공감을 샀다.
반면 영화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남미 등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이 한국 영화로 리메이크돼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영화 ‘링’(1999)이다. ‘링’의 원작은 일본의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만든 공포영화로 할리우드 리메이크판까지 만들어졌다. 한국판 ‘링’은 배두나와 신은경이 열연을 펼치며 20세기 공포영화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세 자매와 한 남자의 은밀한 애정행각을 다룬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2004)는 영국 제라르 스템브릿지 감독의 영화 ‘어바웃 아담’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영화 ‘커플즈’(2011)는 일본 영화 ‘운명이 아닌 사람’을 원작으로 다섯 명(김주혁, 이윤지, 이시영, 오정세, 공형진)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독특한 구성의 코믹 로맨스로 재탄생됐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은 아르헨티나의 영화 ‘아내를 위한 남자친구’를 리메이크했다. 올해 개봉한 범죄 스릴러 영화 ‘감시자들’은 홍콩 영화 ‘천공의 눈’을 원작으로 한다. 조의석 감독은 “원작이 홍콩이라는 밀도 높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였다면 우리 영화는 서울이라는 메가 시티를 보여 주면서 더욱 강해진 액션과 깊어진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볼 수 있다”고 원작과 차별점을 설명했다. 이 밖에 리메이크 영화는 2007년 개봉작 ‘죽어도 해피엔딩’(프랑스 영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2012년 개봉한 ‘용의자 X’ (일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 ‘용의자 X의 헌신’) 등이 있다.
일본 작품의 리메이크 활성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화적 근접성을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리메이크 현상을 통해 본 영상 콘텐츠 산업의 특성 연구’(2010) 논문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역사적, 인종적, 가족 구성 등의 사회적 변인들이 상당히 유사하다”며 “드라마는 다른 문화 콘텐츠보다 더 많은 문화적 할인(문화적 차이로 인해 가치가 떨어지는 정도)을 적용받는 장르이기 때문에 자국 또는 인접 국가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김형호 맥스무비 영화연구소 실장은 “영화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작품 원작은 유명하지 않다. 그렇기에 한국적으로 바꾸면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며 “제작사 입장에서도 좋은 소재로 색다른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일본은 회당 편성시간이 우리나라보다 짧다. 그리고 평균 10~12회 기준으로 제작되는데 한국에 오면 16회로 늘어난다. 판권료는 회당 비용이 아닌 편당 비용을 지불한다”며 “판권 비용의 경우 최근 많이 올랐다. 5000만원 선이지만 더 많은 돈을 주고 사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