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한국 조선산업이 중국에 밀릴 위기에 처했다. 향후 중국의 조선산업 세계 시장 1위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7일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국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180만2000CGT(부가가치환산톤수)로 한국 조선업계 55만4000CGT의 3.3배에 달했다.
한국의 조선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1위를 유지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저가 수주 경쟁이 심화되면서 2007~2010년 중국에 1위를 내줬다. 한국은 2011년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으나 올해 다시 중국에 추월될 위기에 처한 것.
실제로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월별 수주량은 지난 4월 이후 중국에 뒤지고 있다. 10월 기준 총 수주량은 중국이 1449만9000CGT로 한국의 1174만5000CGT보다 23.5% 앞섰다. 수주량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은 중국이 40.8%, 한국이 33.0%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이 세계 최대 조선 강국 자리를 중국에 완전히 내어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선 관련 연구기관들은 2014년 업황이 회복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세계 해운업체들의 선박 노후화 뿐 아니라 중국이 해양공정설비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업황 회복의 근거다. 그러나 중국은 ‘국수국조(國需國造, 자국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자국 화물 수송)’ 정책을 취하고 있어 업황 회복의 수혜는 중국 조선업체에 돌아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창싱중공업, 룽성중공업 등 중국 조선업체들이 같은 그룹 소속이나 중국 해운업체로부터 선박을 집중적으로 수주하고 있다.
특히 STX조선해양의 계열사 STX다롄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중국에 매각되면 양국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STX다롄은 건조능력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조선사다. STX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체결한 STX조선해양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해외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김홍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선박금융 규모 확대를 통한 자국 조선사 지원을 늘려가는 추세”라며 “유럽의 선박 금융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중국의 선박금융 확대 정책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입지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