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김승옥(1941∼ )의 문학적 업적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된 제1회 KBS 김승옥 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소설가 이기호 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소설집 ‘김박사는 누구인가?’(문학과 지성사, 2013년 4월)이며 상금은 2000만 원이다.
김승옥 문학상 심사위원회(소설가 김원일, 소설가 오정희, 소설가 이승우, 문학평론가 우찬제, 문학평론가 정홍수)는 “이기호는 등단 이후 단편 미학의 측면에서 개성적인 성취를 이뤘고 이전의 자기세계를 원숙한 경지로 혁신하는데 성공했다”며 “김승옥의 문학적 개성을 2010년대 버전으로 새롭게 펼치는데 눈부신 성취를 거둔 이기호의 소설집 ‘김박사는 누구인가?’를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사위원회는 “1960년대에 ‘자기 세계’를 감각적으로 구축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김승옥의 문학세계를 심층적으로 계승해 2010년대 산문정신의 중핵적 과제인 ‘타자의 세계’를 넉넉하게 환대하면서 ‘자기 세계’를 재발견하려고 한 성찰적 노력도 감동적”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장인 소설가 김원일도 “이기호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가 대단하다.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며 “고급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역량 있는 작가다”라고 평가했다.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이승우는 “이기호의 문장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탄탄하다. 그게 바로 소설인 것 같다”며 격려했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소설가 이기호는 1999년 현대문학에 단편 ‘버니’가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등을 펴냈고 2010년 단편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으로 제11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 문예창작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승옥 문학상은 60년대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소설가 김승옥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그의 등단 50주년을 기려 KBS가 올해 처음 제정했다.
김승옥 문학상은 한해 가장 우수한 소설집을 낸 기성작가에게 주는 본상과 별도로 재능 있는 신진작가에게 주는 미래 작가상으로 나뉜다. 미래 작가상은 전국에서 4000 편이 넘는 작품이 응모했다.
시상식은 11월 23일 오후 2시 무진기행의 배경이 된 순천만 김승옥 문학관에서 열린다. 시상식에 앞서 21일부터는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미래작가상 수상자와 응모자를 대상으로 한 문학캠프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