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선 외인·돈없는 기관, 수급 ‘뻥’ 뚫렸다

입력 2013-11-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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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45일만에 ‘팔자’ 전환·기관 2달째 매도공세… 주식시장서 속도조절

기관의 매도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마저 45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서자 수급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일 45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서며 유가증권시장에서 273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점진적 양적축소)을 미룬 것이 화근이 됐다.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경기회복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관이다. 기관은 지난 9월 5일부터 단 하루를 제외하고 2달 내내 매도세를 이어오며 7조8406억원을 팔아치웠다. 특히 투신이 5조5126억원을 출회하며 외국인 ‘바이(Buy) 코리아’ 효과를 희석시켰다. 코스피지수 2000선 안착으로 국내주식형펀드에서 대량 환매가 나오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내다 판 것이다.

증시 ‘구원투수’인 연기금의 도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연기금의 지난달 순매수 규모는 4213억원에 불과하다. 7월 1조2034억원, 8월 1조678억원, 9월 1조1489억원 등 석달 연속 1조원 이상 사들이던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코스피지수 상승으로 국내주식투자 규모가 빠르게 늘자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외국인, 투신, 연기금 등 주요 수급 주체들이 모두 ‘코스피 토라인(견인줄)’을 놓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극단적으로 수급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여전히 희망은 외국인이다. 장바구니가 가득 찬 만큼 매수 강도는 둔화될 수 있으나 한국의 매력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투자심리를 자극해 중장기적으로는 ‘사자’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철범 우리자산운용 전무는“3~4개월 전부터 미국에서 그레이트로테이션이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한국도 1~2년 안에 이런 흐름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한국시장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까지 더해진다면 외국인의 자금 유입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관의 ‘팔자’도 점차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주식형펀드 환매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일평균 국내주식형펀드 환매는 지난달 말 정점을 넘어선 모습”이라며 “투신권 매도 압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기금도 꾸준히 매수세를 이어가며 지수의 하방 경직성을 다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20%인데 지난 7월 이후 비중이 18.3%에 머물고 있다”며 “통상 국민연금이 목표비중에 1% 이내 근접한 수준으로 국내주식을 채운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매수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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