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협정인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EU 측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유럽 국가 수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도청 혐의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경고하자 미국 측은 협상과 무관한 사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
비비안 레딩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유럽 국민의 전화와 인터넷 감시를 비롯한 NSA의 정보수집활동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TTIP 협상에서 핵심 이슈가 됐다”고 지적했다.
레딩 부위원장은 “미국의 도청 문제는 관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협상 대상은 아니다”면서도 “미국은 정보·기술(IT) 업체 등에 고객정보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자는 주장이지만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친구와 협력자는 서로 감시하지 않는다”면서 “도청과 관련한 최근 폭로와 잇단 언론 보도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훼손했으며 유럽 국민은 미국을 파트너가 아닌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무역협정 협상에 NSA 도청 파문이 거론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의 첩보활동에 대한 논란이 TTIP 협상에 지장을 준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면서 “NSA의 감시행위에 대한 논의는 무역협상과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USTR은 또 “이런 문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21세기 양자 무역·투자·일자리창출·국제경쟁력 증진 등과 같은 상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방해한다면 불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EU는 내년 말 체결을 목표로 지난 7월 TTIP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달 초로 예정됐던 2차 협상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여파로 연기됐으며 내달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