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국정감사 후유증을 앓고 있다. 올해 두 기관의 국정감사는‘동양 국감’라고 해도 과언이다. 동양 일반투자자들의 피해가 너무 크고, 동양이 기업어음(CP)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의 묵인과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며 양 기관을 강하게 질책했기 때문이다. 국감장에 증인으로 나온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면서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지난 17일과 18일 진행된 금융위와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신제윤 위원장과 최수현 원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대상으로 동양사태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물었다. 이 자리에서 양 기관 수장들은 감독과 규율면에서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고, 감독기관으로써 제 역할을 못했다는 점을 사과했다.
그러나 동양사태로 불거진 두 기관의 불협화음과 책임소재를 둘러싼 추궁은 끝나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최 원장이 청와대 회의와 관련해 위증을 했다며 다음달 1일 열리는 종합감사에서 확실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 28일 최 원장 위증 논란은 재점화 됐다. 민주당 김기준 의원은 산업은행 자료를 근거로 “동양사태와 관련해 청와대 서별관에서 모두 세 번의 회의가 열렸다”면서 다시 한번 최 원장의 위증 의혹을 제기했다. 서별관 회의는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로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이 참석한다. 그러나 최 원장은 지난 18일 조원동 수석과 홍기택 회장과는 단 1차례 회의를 했다고 증언한 만큼 위증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동양사태는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 국감에서도 날선 질의가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1년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한은의 자료제출요구권과 공동검사권이 강화됐지만 동양증권에 대해 공동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한은은 지난 5월 증권사의 잠재리스크 파악 등을 위해 자료제출요구권을 행사했는데 동양 부실을 발견하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예보 국감에서는 동양에 대한 공동검사를 통해 회사채 등의 불완전 판매의 문제를 인지했지만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국감에서는 야당 정치인 등의 계좌를 몰래 들여다봤다는 의혹이 제기된 신한은행에 대한 추궁도 관심대상이었다. 지난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신한은행 경영감사부와 검사부 직원들이 정관계 인사들의 계좌를 불법 조회했다는 내용이다. 박지원, 박영선 의원 등 민주당 중진 의원들을 비롯해, 18대 국회 정무위와 법사위 소속 의원들과 고위 관료들이 포함됐다.
문제는 신한은행이 불법조회를 한 시점이 이른바 영포라인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봐준다며 민주당이 연일 문제를 삼던 때와 겹쳤던 것이 화근이 됐다.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권력 다툼이 법정 공방으로 확대된 시기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선 한은의 독립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 때 한국은행의 독립성 훼손 사례로 지적된 한은의 경제동향 보고서가 현 정부 들어서도 청와대에 전달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중수 총재는 한은의 독립성 훼손 문제가 거론되자“중앙은행의 독립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정부 내에서의 독립”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동양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은 동양그룹 투자 피해자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입증 방법과 소송, 분쟁 절차 등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또 동양증권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려낼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반이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검사에 착수한다.
불완전판매 전담 특별검사팀과 동양그룹 계열사 부당 지원 등 불법행위 검사팀에 50여명의 검사인력이 배치되는 등 총원 80명 규모다. 금감원은 23일 수석부원장을 반장으로 하는 국민검사청구 특별검사반을 구성하고, 인력을 기존 23명에서 2배 이상 확대·개편키로 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실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에서도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감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이미 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