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조연이 영원한 조연은 아니다. 다양한 역할을 거치며 쌓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주연으로 발돋움하는 스타들이 점점 늘고 있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배우는 누가 있을까.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의학 드라마 ‘골든타임’은 주인공 최인혁 교수를 맡은 이성민의 명품 연기로 완성됐다. 카리스마와 환자를 향한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고루 갖춘 최인혁의 모습은 ‘파스타’(2010)의 얄미운 지배인 설준석과 동일한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연극 무대에서 시작해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거친 이성민은 마침내 ‘골든타임’을 만나 주연 배우로 우뚝 섰다.
이성민을 발굴한 일등공신은 ‘마이 프린세스’ 때부터 그의 진가를 알아본 권석장 감독이다. 그는 “권 감독의 어려운 선택이 제 운명을 바꿔놨다”며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두 사람은 오는 12월 방송 예정인 MBC 새 주말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다시 한 번 만날 예정이다.
류승룡이 주연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은 지난 1월 개봉해 무려 1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는 6살 지능을 가진 부성애 가득한 아빠 용구를 연기하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2004년 영화 ‘아는 여자’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류승룡은 2011년 영화 ‘고지전’과 ‘최종병기 활’에서 활약하며 그해 남우조연상을 싹쓸이 했다. 이듬해 ‘광해:왕이 된 남자’로 1000만 배우 대열에 이름을 올린 그는 올해 ‘7번방의 선물’까지 연달아 흥행시켰다.
충무로의 대표적인 다작 배우이기도 한 그는 “늦게 시작한 만큼 작품에 대한 욕심도 많았다”면서 “주연 배우가 된 만큼 한 작품씩 하되 쉴 새 없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석은 무려 14년이란 시간을 조연으로 보냈다. ‘타짜’(2006)의 도박꾼 아귀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2008년 주연작 ‘추격자’로 무려 8개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9일 개봉한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는 개봉 첫 주에만 1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에 돌입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배우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유해진은 2007년 영화 ‘이장과 군수’로 데뷔 10년 만에 첫 주연을 맡았다. 이후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트럭’, ‘이끼’, ‘부당거래’ 등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빈틈없이 소화했다.
유해진은 연극영화과 입시에 두 번이나 실패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제대 후 서울예전 연극과에 진학했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당시에는 개성파 배우 대신 꽃미남을 선호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꽃중년’ 조성하는 현재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왕씨 집안 맏사위 고민중 역을 맡아 처가살이의 고충을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영화 ‘화차’를 시작으로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 ‘비정한 도시’, ‘용의자’, 개봉을 앞둔 ‘동창생’ 등에서 주연급 배우로 활약했다.
이러한 남자 배우들의 활약 속에서 여배우 장영남이 유독 눈에 띈다.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공정사회’에서 그는 10세 딸을 성폭행한 범인을 단죄하는 엄마의 모습을 소름돋는 연기로 표현했다. 현재 SBS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공정사회’와 전혀 다른 캐릭터인 권은희를 연기하고 있다.
데뷔하자마자 주연을 꿰차는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판치는 현실에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난 배우들의 활약은 반가운 일이다. 방송 영화 관계자들은 “조연에서 주연으로 성장한 배우들을 캐스팅하면 합리적인 출연료에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몸값만 높은 연기력 부족의 스타들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