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책임’ 빠진 기업의 사회공헌

입력 2013-10-21 13:24 수정 2013-10-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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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효성그룹이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 ‘효성굿윌스토어’ 1호점을 열었다. 효성굿윌스토어는 기부와 자원 재활용,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이다.

이날 효성의 장형옥 인사총괄 부사장은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직접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운영하게 됐다”며 “많은 장애인이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언론에는 효성그룹의 탈세 및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임직원 명의로 된 국내외 차명 의심 계좌 수백개를 본격 추적하겠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들 계좌가 조석래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관리에 쓰였는지 검찰이 꼼꼼히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효성그룹은 이미 1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등을 내지 않고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과 조 회장 일가가 차명재산을 관리하면서 각종 세금을 내지 않은 의혹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효성굿윌스토어를 개점하면서 사회적 기업을 직접 운영한다는 효성의 계획은 지난달 30일 세상에 알려졌다. 국세청이 검찰에 고발한 시점도 같은 날이다. 효성은 1년 전인 지난해 11월 이 사업을 진행왜 왔다고 하지만,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철저한 계산 아래 발표 시점을 정한 것인지 속사정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리 좋은 일도 총수 일가의 오너 리스크 하나만으로 빛이 바랜다는 것이다.

탈세와 횡령, 배임 등으로 그룹 총수가 구속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CJ, SK, 한화 등 다른 대기업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고, 이와 관련된 TV광고나 홍보활동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중견기업 중에는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의 항공사 직원 폭행사건이 대표적이다. 비행기 출발 시간에 늦은 강 회장은 탑승을 제지한 직원을 신문지로 때려 물의를 일으켰다. 하루 전 ‘강태선 나눔 장학재단’을 출범시키며 100억원을 조성하겠다는 그의 사회공헌활동의 좋은 취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이런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봉사’와 ‘시혜’, ‘공헌’은 있지만 ‘책임’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에서 열린 ‘홈플러스 데이’에서 이 대학 학장 케네스 프리먼 교수는 “간헐적이고 시혜적인 CSR 활동은 기업이나 소비자 등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대해 명확히 알고 행동했을 때 협력업체나 소비자, 기업 모두가 이익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주는 것’은 그것이 간헐적이던 꾸준하던 큰 의미를 갖는 시대는 지났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확한 방향을 그룹 총수들부터 고민해야 배임과 탈세, 횡령 같은 부도덕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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