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원전 3·4호기의 불량케이블 교체를 위해 미국업체 2곳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 곳에 대해선 성능시험에 돌입, 이르면 다음 달 말 이후 생산 및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원전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신고리 3·4호기의 JS전선 케이블 교체를 위해 미국업체 R사와 G사를 검토하고 있다. 이 중 G사의 경우 EQ(Equipment Qualification·기기검증) 테스트까지 들어간 상태다.
R사는 90년 역사의 와이어 및 케이블업체로 프랑스 아레바(AREVA)로부터 미국 공인 원전공급업체 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인증된 기업이다. EQ테스트 중인 G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전기기기 제조업체로 가전제품서부터 원전케이블까지 다양한 사업을 영위 중인 글로벌 기업이다.
한수원은 지난 5월 새한티이피의 시험성적서 위조에 따라 신고리 3·4호기 케이블 재시험에 착수할 때부터 이들 업체를 물망에 올렸고 EQ테스트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시험에 탈락할 경우를 대비해 공기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업계에 따르면 기본적인 원전부품 공급은 입찰-낙찰-설계-시제품 생산-EQ테스트-생산-납품 등의 과정을 밟는다. 하지만 한수원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공급 선정업체를 대상으로 바로 EQ테스트를 진행한 후 합격되면 바로 교체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진행 중인 EQ테스트 결과는 다음달 말께 나올 예정”이라며 “이후 생산라인을 깔고 본격적인 생산이 진행되면 약 두 달 안에는 교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과거 위조 시험성적서 파문을 겪었던 신고리 1·2호기의 경우 국내 기업인 LS전선의 케이블로 교체한 바 있다. 이번에 미국업체로 눈을 돌린 것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급 가능한 LS전선이 담합혐의로 적발돼서다. 여기에 비리를 일으킨 JS전선의 모회사라는 점도 한수원에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다음달 이후 케이블 교체가 이뤄진다면 신고리 3·4호기 준공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안팎으로 공기 지연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EQ테스트가 실패할 경우 1년 이상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신고리 3·4호기 준공이 연기되면 한국전력공사의 전력구입비까지 늘어나 1년간 피해액도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3기가 가동을 중단했을 때 피해액은 6개월간 정지 기준 2조원 정도다. 280만kW급인 신고리 3·4호기가 발전 중단하면 전력구입비 상승분은 하루 126억원, 1년으로 보면 약 3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