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안철수 신당설, 이번엔 진짜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3-10-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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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하면 여러분은 무엇을 떠올릴지 궁금하다.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양보’, ‘신선함’ 과 같은 단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안철수’ 하면 ‘실기(失機)’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 가장 실기를 잘했던 정치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항상 한 템포 느리게 행동했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정말 답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치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튼튼한 고정 지지층과 지역 기반 덕분이었다. 만일 이런 장점마저 없었다면 정치인 박근혜는 결코 권력의 최정상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 못지않게 실기를 잘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한 템포 느리다면 안철수 의원은 두 템포 느리다. 더구나 안철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가진 장점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의 지역 기반은 본래 부산이어야 하는데, 부산 지역 주민들은 안 의원을 고향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고정 지지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안철수 의원이 가장 반짝했을 때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당시 많은 이들은 안철수 의원의 겸양지덕에 환호했고 그래서 엄청난 지지층을 확보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안철수 의원이 무슨 말을 해도 언론은 정치면 하단 기사로 작게 다뤄줄 뿐이다. 이것은 지난 시절 안철수 의원에 대한 환호가 견고한 지지층 형성으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의원의 실기하는 행보는 정치적 입지와 영향력을 더욱 축소시킬 수밖에 없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런 행보가 그의 정치적 행위를 불투명하게 보이게끔 만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번 신당 창당 준비위 발족에 관한 기사가 나갔을 때 안철수 의원은 이를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연말까지 신당을 만들지 않는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정치 세력화는 어렵다. 물론 정가에는 정당 만드는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이런 전문가를 초빙하면 창당까지 대충 25일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새 정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전문가’를 초빙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2월에 창당 준비위원회를 발족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는 지방선거에서의 정치 세력화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기에 안 의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12월 창당준비위 발족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안철수 의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는 안철수 의원의 습관이 언론 보도를 일단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행보가 바로 우리나라 정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것을 안 의원은 아는지 모르겠다. 안철수 의원은 항상 새 정치를 주장하는데, 새 정치의 첫 번째 요소는 ‘예측 가능한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 본인은 정작 새 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계속 반복된다면 안철수 의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철수 의원 주위에 정말 괜찮은 사람들이 모이기 힘들어질 것이고 그러면 안 의원의 지지율은 더욱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여기서 확실히 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에서 제3당이 계속 명맥을 유지하기는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당은 3당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역에 기반을 뒀기 때문이지, 이념 지향성이나 스타플레이어에 기반했다면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나 정몽준 의원이 대선 시절 만들었던 국민통합 21, 그리고 정주영 회장의 국민당처럼 단명했을 것이다. 이렇듯 제3당이 존립하기 힘든 이유는 우리나라 정치 문화에서도 기인한다. 우리 정치 문화는 양당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의 대체정당이 되어야지 그렇지 못하면 단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안 의원은 명심해야 한다. 결국,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이 죽어야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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