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27.2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트라(KOTRA)가 발표한 우리나라 상장기업 평균 수명은 20년이었다. 기업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다. 2010년 미국의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액센추어는 S&P500 지수 편입 기업의 평균 수명이 1990년 50년이었던 것이 2010년 15년으로 줄었고, 오는 2020년엔 10년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의 흥망(興亡) 주기가 무척 짧아지고 있다. 국가의 성쇠(盛衰)는 어떠할까.
독일의 경제학자 비트포겔은 중국에서의 왕조의 흥망을 네 국면의 주기로 설명하였다. 첫 번째 단계, 한 왕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전란과 같은 혼란을 통과해야 한다. 이 혼란으로 국토가 황폐화되어 인구가 대량으로 감소한다.
두 번째 단계, 새 왕조가 성립하면 처음에는 정권 확립을 위해 조세를 감면하고 아울러 생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토목사업을 벌이므로 농업이 부활하고, 그 생산성이 향상되어 사회가 안정된다. 인구는 뚜렷하게 늘고 그에 따라 조세 수입도 증가하여 전성기가 도래한다.
세 번째 단계, 전성기에 즈음해서 국가의 경비, 특히 왕실의 사치와 전시성 토목공사 그리고 방위 또는 침략전쟁을 위한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 그에 따라 세금을 불가피하게 올리게 되고 노역과 군역에 국민을 동원하게 된다. 농민들의 생활이 궁핍해지고 관료들의 횡포가 심해져 불만이 쌓이면서 사회의 불안정이 급속으로 진행된다.
네 번째 단계, 권력집단 내부에서 권력을 놓고 분쟁이 일어난다. 과중한 세금을 견디지 못한 국민들은 대규모 반란을 일으킨다. 그 와중에도 권력다툼은 심해지고, 결국 왕조는 무너진다.
기업의 흥망과 국가의 성쇠는 그 이치가 닮았다 하겠다. 무릇 전성기에 즈음하여 그 하는 행태에 달려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기업들은 그 어디 즈음에 와 있을까. 우리나라는 또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는 것인가. 지금을 전성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바야흐로 계절은 가을이다. 계절이 저절로 오는 것 아니다. 새들 깃털 바꾸고 단풍 물들어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저 자연도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데 분주하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