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꺾기(금융상품 강요행위)가 대출고객뿐 아니라 그 관계인(임직원 및 가족 등)에 대해서도 엄격히 규제되고, 예·적금보다 피해가 큰 보험·펀드는 대출실행일 1개월 전후 판매가 전면 차단된다. 최근 자금조달이 절실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종 꺾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신종 꺾기에 대한 대응 강화와 함께 1%룰을 시행령으로 상향 규정하고 은행·임직원 징계를 강화하는 등 꺾기에 대한 법적 제재근거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꺾기(금융상품 강요행위)’ 관행 근절 대책을 13일 발표했다. 현행 은행법은 협상력이 낮은 중소기업이나 저신용자에 대출을 하면서 원하지 않는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를 금지하고 있지만, 은행의 꺾기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 99건(25억원)에 그쳤던 꺾기 적발건수는 올해 1~9월 중 213건(73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소기업과 그 임직원 및 가족 등까지 대상을 확대한 신종 꺾기가 성행하면서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보험·펀드 등에 대한 꺾기가 확산됨에 따라 피해가 보다 심화되고 있다.
지난 5월20일부터 24일까지 중소기업 359곳을 대상으로 꺾기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예·적금이 74.1%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보험·공제(41.2%)와 펀드(28.2%)도 비중이 높았다. 꺾기 대상자 역시 대출고객인 중소기업(77.6%) 이외에 중소기업 대표자(30.6%)와 직원(4.7%) 등도 상당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 신종 꺾기 대응 강화…보험·펀드 판매 규제= 금융위는 내년 1분기부터 보험·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 및 대출고객의 관계인에 대한 꺾기 규제 등 신종 꺾기에 대한 대응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보험·펀드는 대출실행일 전후 1월 이내 판매하면 꺾기로 간주한다. 현재 모든 상품에 동일하게 1%룰을 적용하고 있어 꺾기 피해가 큰 보험·펀드의 경우 월 단위 환산금액 1% 미만이면 적발이 어렵다.
대출고객과 그 관계인에게 금융상품의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도 전면 금지한다. 다만 관계인에 대해서는 관계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더라도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꺾기에 해당한다고 간주하는 1%룰을 적용하지 않는다.
아울러 은행의 꺾기 유인 차단을 위해 은행의 성과평가지표(KPI)를 합리적으로 조정토록 권고하고 ‘중소기업 대출관련 불공정행위 신고반’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 규제·검사 강화 및 은행·임직원 징계= 금융위는 꺾기에 대한 감독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무관용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 엄정한 법집행을 단행할 방침이다.
우선 현행 하위 세칙에 규정된 1%룰을 시행령으로 상향 규정해 법정 안정성을 높인다. 1%룰은 대출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출실행일 전후 1개월 내 판매한 예·적금, 보험, 펀드, 상품권 등의 월 단위 환산금액이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하는 경우 꺾기로 간주해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또 꺾기 관련 상시 감시지표를 개발, 꺾기 가능성이 높은 은행에 대해 검사를 집중한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 중 전 은행에 대한 꺾기 실태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은행권에는 대출 전후 1개월 이내에 월 수입금액이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하는 예금 등의 계약은 원칙적으로 체결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전산시스템 구축을 지속 지도한다.
현행 직원 위주의 제재는 은행과 임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은행은 꺾기가 수십건 적발되더라도 징계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금융위는 향후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과징금 부과도 도입할 예정이다.
위반행위 건별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원칙을 도입하는 등 금전제재도 한층 강화한다. 특히 차주의 피해가 큰 보험·펀드 꺾기와 영세 소기업(상시 근로자 49인 이하 등)에 대한 꺾기에 대해서는 높은 과태료를 적용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다수의 동종 위반행위에 대해 과태료가 한 번 부과됐다.
금융위는 새로운 은행·임원 제재기준과 과태료 부과기준은 시행령 및 감독규정, 양정기준 개정 이후에 발생하는 꺾기 건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