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권의 언급은 선진적이고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교육 프로그램과 시스템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연예기획사 355개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수 연습생이 데뷔하기까지 평균 1년 3개월 정도 걸리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53.1%)이 도중 탈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가수 연습생 중 무려 46.2%가 무계약 상태, 즉 표준전속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특히 대다수의 아이돌 가수 지망생이 미성년자임을 감안하면 연예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은 권리 보장에 부실하게 노출되기 쉽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학과 이동연 교수는 “아이돌은 10대 때 연습생 시절을 거친 뒤, 10대 후반에서 대략 20대 후반까지 활동한 후 종료되는 시퀀스(과정)를 갖고 있다. 메이저 기획사 등은 관련 전담팀을 갖추는 등 가급적 노력하려는 것은 사실이지만, 열악한 마이너 기획사의 경우 학습권, 연습 시간, 법률적 계약관계 등을 지키기 어렵다”며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문제와 그 원인에 대해 진단했다.
연습생의 학습권을 비롯한 권리침해, 연습생을 상대로 한 성적, 경제적 범죄 빈발 등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각종 문제가 많은 것은 제도적 허점이 주요 원인이다. 현재 누구나 개업할 수 있는 연예기획사는 현행법상 등록제나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에 신고된 연예기획사는 300여개이지만, 미신고로 난립하고 있는 기획사는 1000여개로 추산된다.
아이돌 양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중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도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황동섭 이사(더 그루브 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로 데뷔하는 수가 한 해에 몇 십개 팀에서 많을 때는 몇 백개 팀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에 반해 한 해 성공하는 아이돌 수는 1~2개 팀 정도로 극히 일부”라고 밝혔다. 이어 황 이사는 “방송사들의 경쟁적 오디션 프로그램 편성과 잇따른 흥행 성공으로 연예 지망생이 급증한 반면, 이들에 대한 연예·음악 산업의 수용능력과 교육 기반은 매우 취약한 상태로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마다 대중의 높은 지지도를 받는 신인가수를 탄생시킨 국내 대표 오디션 프로그램인 엠넷 ‘슈퍼스타K’의 2012년 네 번째 시리즈 전국 예선 응시자 수는 총 208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연예인 지망생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가수와 연예인의 수요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인적, 시간적, 경제적 낭비뿐만 아니라 오랜 연습생 교육 후에도 연예계에 데뷔조차 못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연예기획사의 연습생과 연예인 지망생의 각종 권리 침해 등 문제점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망생 스스로 가수로 데뷔하고 싶은 욕구로 인해 본인들이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것까지 감수하기 때문에 아이돌 육성을 둘러싼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고 더욱 심화되는 측면도 있다. 기획사와 연습생이라는 정확한 갑을 관계 속에서 연습생이 요구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데뷔가 어려운 척박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편법들이 갑을 간에 난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