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 아이를 낳은 지 1년이 지난 박이진(가명·28)씨는 남편과 상의 끝에 둘째를 가지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초 박씨 부부는 자녀 2명을 낳을 계획이었지만 첫째에게 들어가는 출산·양육비가 이들 부부의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박씨는 “겨우 집 대출금을 갚아 아이를 낳았는데 또 다시 빚을 지게 됐다. 아이 분유값과 육아용품, 어린이집, 산모도우미 비용 등까지 감당하기가 너무 버겁다”고 고백했다.
박씨와 같이 출산과 양육비로 생활고에 허덕이는 이른바 ‘베이비푸어’들의 한숨이 꺼지지 않고 있다. 자녀양육비는 모든 아동을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시작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소득과 계층에 따라서 양육비 격차가 많이 나면서 아동들이 불평등한 성장·발달을 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연구한 ‘2012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가정의 월 평균 육아 지출 총액은 약 119만원, 연간으로 계산하면 약 14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한부모가구의 경우 1인당 월평균 양육비는 한부모가구가 92만7000원, 다문화가구 84만5000원,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 51만8000원인 것으로 나타나 가구 계층에 따라 자녀 양육비의 차이를 보였다.
소득별로도 격차는 심했다. 특히 사교육비의 경우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아대상 영어학원에 다닌 경험이 있는 학생의 71.9%, 사립초등학교에 들어간 학생의 63.0%는 월평균 소득 500만원 이상의 가정이었다. 이중 각각 29.7%와 29.1%는 월평균 소득 10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가정 자녀로 조사됐다.
아울러 양육비 등과 같은 경제적인 부담은 한자녀만 출산하는 즉, 저출산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연구원의 ‘자녀 가치관과 출산행태의 변화’(15~44세 전국 기혼여성 4500명 대상) 보고서에는 추가적으로 자녀를 낳을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76.6%였으며 추가 자녀를 원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인 이유를 첫번째로 꼽았다고 조사됐다. 특히 모든 연령대의 기혼여성들은 자녀 양육비, 자녀 교육비 등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이러한 아동의 불평등한 성장과 저출산 등 사회적인 문제를 막기 위해 올해 3월부터 0~5세 자녀를 가진 가구에 소득계층과 상관없이 보육료와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육료·양육비가 재정 여건상 지속되기는 어려우며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부회장(중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양육비 지출에 있어서 적게 투자한 아이는 그만큼 출발점 자체가 불평등한 상태에서 성장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 출발점을 같게 해주는 장치가 양육수당이다. 물론 보편적인 복지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복지 재정을 감안해 정말 필요한 아이들에게 선별해서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영희 동남보건대 보육학 부교수도 양육수당 지급의 지속성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며 “한정적인 재원으로 양육수당을 지속적으로 주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12개월 미만의 자녀를 맘놓고 맡길만한 보육 시스템이 구축이 된다면 엄마들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며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