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 평강공주와 온달장군, 대통령의 약속

입력 2013-09-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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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ㆍKDB산업은행 부장

고구려 평원왕의 고명딸로 평강공주가 있었다. 왕은 어린 공주가 울기를 잘 하자 크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고 놀렸다. 성년이 된 공주를 왕이 귀족 고씨(高氏)에게 시집보내려고 하자 공주는 어렸을 때 들었던 왕의 말을 들어 왕명을 거역한다. "대왕께서는 늘 말씀하시기를 '너는 반드시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야겠다'고 하시더니 지금 무슨 까닭으로 전에 하신 말씀을 바꾸려 하십니까? 평민들도 거짓말을 안 하려고 하는데, 하물며 지존(至尊)하신 분께서 거짓말을 하셔서야 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서 '임금은 장난삼아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 대왕의 명하심은 잘못되었으니 저는 감히 그 명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로 인해 공주는 왕의 노여움을 사 결국 궁을 나오고 말았다. 온달(溫達)은 용모는 기이하나 마음씨 착한 사람으로 가난하여 시정(市井)에서 걸식으로 어머니를 봉양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바보 온달'이라고 불렀다. 공주는 온달의 집을 찾아가 앞 못 보는 온달모를 설득해 온달과 결혼했다. 궁에서 가지고 나온 패물을 팔아 살림을 장만했고, 영리한 온달을 잘 가르쳤다. 또 병든 국마(國馬)를 사오게 한 뒤 튼튼하게 길렀다. 온달은 이렇게 공주를 통하여 갈고 닦아 실력을 길렀고 사냥행사에서 두각을 나타내 왕을 놀라게 하였다. 그 후 온달이 후주(後周)와의 싸움에서 큰 공을 세우자 왕이 온달을 사위로 맞아들였고 벼슬을 하사했다.

최근 장관자리를 스스로 그만두려는 사람이 나왔다. 장관자리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 그런 자리를 만류와 사표 반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사임하겠다니, 드문 일이다. 노령연금과 관련하여 당초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게 된 데 대하여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킬 수 없는 약속은 빨리 변경해야 할 것이다. 다만 변경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적당히 얼버무려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온달은 ‘바보’가 아니었다. 효성 지극하여 어머니를 잘 봉양하는 효자였다. 온달을 찾아간 평강공주는 왕의 약속을 몸소 실천했다. 나아가 온달을 훌륭한 장수로 만들어 큰 공을 세우게 했다. 지금, ‘온달’은 누구인가. 그리고 자리를 물러나겠다는 그 장관은 과연 ‘평강공주’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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