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산업 파워를 찾아서(17) 윤스칼라] 드라마로 한류 바람 초석… 펀딩 없이 자체제작 자신감

입력 2013-09-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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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동화’‘겨울연가’‘여름향기’…윤석호 PD가 2004년 설립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젊음의 거리 홍대 골목 한편에 이국적인 정원과 함께 한 카페가 있다. 얼핏 드라마 촬영장소로 보이는 이곳은 ‘봄의 왈츠’, ‘눈의 여왕’, ‘사랑비’ 등을 제작한 윤스칼라의 드라마 갤러리다. 윤스칼라를 설립한 윤석호 PD는 회사를 갤러리로 꾸며 드라마를 본 일본, 중국 관광객에게 다시 한번 감동을 전하고 있었다.

지난 2004년 6월 4일 설립된 윤스칼라는 ‘한류의 거장’ 윤석호 PD로 대변된다. 1993년 청춘드라마 ‘내일은 사랑’으로 데뷔한 윤석호 PD는 1994년 미니시리즈 ‘느낌’, 1999년 ‘은비령’, 2000년 ‘가을동화’, 2002년 ‘겨울연가’, 2003년 ‘여름향기’, 2006년 ‘봄의 왈츠’, 2012년 ‘사랑비’ 등을 제작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특히 ‘겨울연가’는 배용준, 최지우 등의 스타를 낳으며 한류 드라마의 초석을 다졌고, 지금의 한류 열풍를 견인했다. 윤스칼라의 윤성애 대표이사는 “윤석호 PD는 한류의 대표주자이자 주역이다. ‘겨울연가’가 한류의 시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한류라는 단어를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지금도 윤스칼라의 드라마 갤러리에는 매일 40~50명의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다. 일본, 중국, 태국 등 국적도 다양하다. 2006년 개관한 이곳의 입장료는 5000원. 윤스칼라는 꾸준한 수리, 보수 관리로 갤러리 전체에 드라마 관련 소품, 대본, 세트장을 옮겨 놓았다. 총 면적 300평에 달하는 이곳의 지하 1층은 사계절 드라마(‘봄의 왈츠’, ‘여름향기’, ‘가을동화’, ‘겨울연가’) 전시관이며, 지상 1·2층은 ‘사랑비’ 전시관으로 꾸며 놓았다. 정원에도 드라마의 향수가 묻어 있다.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당시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서울시 관광센터에서 이곳을 여행사 패키지에 포함시켜 놓았을 정도다. 갤러리 전체가 모두 드라마에 나왔던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윤스칼라의 주요 사업은 방송 드라마·영화·뮤지컬 기획 제작, 출판 및 기타 문화콘텐츠 기획 제작, 한류문화체험관 기획 운영 등이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드라마가 외부 투자에 의해 제작되는 것과 달리 윤스칼라는 직접 드라마 제작에 나선다는 점이다. 실제 ‘봄의 왈츠’와 ‘사랑비’는 이곳 갤러리에서 대부분 촬영됐다. 윤 대표는 “어려워도 자체 제작하려고 노력한다. ‘사랑비’도 수많은 투자 요청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외부 투자를 받았을 때 제기될 수 있는 제작비, 출연료 관련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외부 투자 없이 자체 제작만으로 윤스칼라를 버티게 한 힘은 해외 선판매와 관련 상품 판매 수익이다. ‘사랑비’는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 지역까지 16개국에 수출됐고, 일본에서는 역대 일본 판권 수출 최고가인 90억원에 팔렸을 정도다. 윤석호 PD의 작품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작품은 ‘봄의 왈츠’였다. 시청률이 전부가 아니라는 윤스칼라만의 작품 세계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작품에 대한 애정과 철저한 사후관리는 드라마 갤러리에 경쟁력을 심어줬다. 윤석호 PD는 직접 갤러리 전체의 디자인에 참여했다. ‘가을동화’의 단풍나무, ‘봄의 왈츠’에서 한효주가 누웠던 침대 등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것도 윤석호 PD의 세심한 성격에서 나온 결과다.

이처럼 윤스칼라는 다작을 하진 않았지만 자신들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한류 드라마의 시금석을 마련한 것처럼 윤스칼라의 일관된 작품 세계는 꾸준한 한류 열풍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했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많은 경험을 하는 윤석호 PD의 자부심, 흥행성적과 출연배우들의 인기를 위해서가 아닌 정해진 철학, 가치관에 부합하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노력 등이 윤스칼라만의 ‘컬러’를 갖게 했다. 일본에서는 윤석호 PD의 차기작을 항상 기대한다. 한류의 시작에서 그치지 않고 그 열기를 꾸준히 이어가는 윤스칼라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행보는 한풀 꺾인 한류 열풍의 마지막 불씨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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