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매각 흥행에 돌발 변수가 생긴 셈이다.
이는 우리투자증권 가격이 너무 높아 인수 매력이 떨어지는 데다, KDB대우증권과 동양증권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인수합병(M&A) 시장 변화에 따른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 매각에 쏠렸던 M&A 관심이 대우증권과 동양증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책금융체계 개편으로 KDB금융그룹이 KDB대우증권 매각을 고려중인데다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로 동양증권마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수 주체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KB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했다. 시장 추정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대우증권과 동양증권 등 선택의 폭이 넓어져 급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태스크포스(TF)에서 우리투자증권 인수 시너지를 종합적으로 다시 검토 중”이라며 비은행 부문 수익 강화를 위한 M&A 프로젝트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말 기준 KB투자증권의 총자산은 3조8757억원 규모. 우리투자증권(27조2280억원)이나 대우증권(25조4374억원) 둘 중 하나를 인수해도 되고, 가격적으로 업계 순위 10위권의 동양증권(14조5775억원)을 인수해도 KB투자증권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KB금융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우투 증권에 대한 인수 매력이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갈수록 악화되는 영업환경을 감안할 때 호황기를 기준으로 한 인수 가격을 고집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이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한발짝 물러날 경우 NH농협금융지주의 입장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인수 여력은 KB금융이 더 큰 것으로 보면서도 인수 의지는 총자산 5조4783억원 규모의 NH농협증권을 키우겠다는 NH농협금융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NH농협금융이 여전히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KB금융과의 경쟁구도가 깨지면서 인수대금이 낮아지는 등 흥행몰이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