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
혈통은 속일 수 없다는 뜻이 담긴 속담이다. 프로골퍼의 특정 골프 브랜드에 대한 애착은 돈보다 절실하다.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그들만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38ㆍ미국)와 나이키골프, 필 미켈슨(43ㆍ미국)과 캘러웨이골프, 비제이 싱(50ㆍ피지)과 클리브랜드골프, 루크 도널드(36ㆍ잉글랜드)와 미즈노 등 선수와 골프 브랜드가 동시에 연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에도 특정 골프 브랜드와의 오랜 인연을 자랑하는 선수가 많다. 배상문(27ㆍ캘러웨이골프)이 대표적이다. 올 시즌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우승을 신고한 배상문은 지난 2006년 프로 데뷔 때부터 줄곧 캘러웨이골프 용품만을 사용했다. 한국과 일본, 미국 프로무대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한 그는 타사 브랜드로부터 수차례 유혹이 있었지만 캘러웨이골프를 떠나지 않았다. 주니어 시절 후원업체인 캘러웨이골프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톱프로와 골프 브랜드의 인연에 있어 강욱순(47ㆍ타이틀리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강욱순은 골프채 성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무게가 조금만 달라져도 구질 변화를 느낀다. 따라서 그는 골프채 피팅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스윙을 골프채에 맞춰 적응하는 대다수 프로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런 그가 고집하는 브랜드는 타이틀리스트다. 골프클럽은 물론 골프공까지 용품 일체를 사용하고 있는 강욱순은 한때 타사 브랜드로부터 고액의 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타사 용품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박인비(25ㆍKB금융그룹)와 스릭슨이 눈길을 끌었다. 박인비는 올해 메이저대회 3연승을 포함해 6승을 쓸어담으며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릭슨 용품을 수입판매하는 던롭스포츠는 매출 신장에 콧노래를 불렀다. 박인비와 스릭슨은 올해로 계약 만료지만, 몸값이 폭등한 박인비가 스릭슨에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경주(43ㆍSK텔레콤)는 슈페리어와의 인연이 깊다. 그는 무명시절 슈페리어의 후원을 받으며 꿈을 키웠다. 한때 나이키골프와 계약하기도 했지만 2010년다시 슈페리어로 컴백, 남다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간판스타 미야자토 아이와 요코미네 사쿠라(이상 28)는 각각 투어스테이지, 스릭슨과 인연이 깊다. 두 선수는 주니어 시절 후원받은 스폰서와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일본 와코엔터프라이즈 아다치 다다오 대표는 “선수와 특정 브랜드의 오랜 인연은 선수업체 모두에게 이롭다. 골프팬의 눈에도 철새처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선수보다 훨씬 긍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는 만큼 대부분의 선수들이 재계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