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대구의 한 고속도로 인근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피신하다 숨진 여대생 '정은희양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던 경찰이 16일 유족들을 만나 사과했다.
이달 초 발표된 검찰조사 결과 당시 정양 사건을 다뤘던 경찰이 초동수사 및 현장수사 등에서 허술했던 점이 밝혀지자 뒤늦게 사죄의 뜻을 전한 것이다.
이날 오후 1시 50분께 김봉식 대구달서경찰서장 등 경찰 관계자 5명은 대구 한 찻집에서 정양 아버지 정현조(66)씨 등 유가족 5명과 만나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김 서장은 "이 사건에 관여하진 않았지만 언론 보도 후 수사기록을 살펴보니 초동수사 등 몇몇 부분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경찰이 잘못한 부분으로 유족에게 상처를 줬으면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양은 지난 1998년 10월 17일 새벽 5시30분께 구마고속도로 중앙분리대에서 주행하던 23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교통사고로 종결지었지만, 아버지 정씨 등이 10여년 간 진실규명에 매달린 끝에 지난 6월 검찰이 피해여성에 대한 수사에 재착수했다.
그 결과 숨진 정양은 외국인 3명에게 집단성폭행을 당한 직후 급히 피신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검찰은 지난 5일 숨진 정양을 성폭행한 혐의(특수강도강간)로 스리랑카인 K(46)씨를 구속기소하고 스리랑카에 머무는 44세, 39세인 공범 2명을 기소중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