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살리는 용병술]거액 들인 기업 ‘구원투수’… 확률 50% ‘도’ 아니면 ‘모’

입력 2013-09-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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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모시기 전쟁… 성공과 실패

“2년 동안 고작 한달 일하고 연봉 1000만유로(약175억원)를 받는 직원” 대한민국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며 세계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히딩크 감독은 2009년 당시 러시아에서 ‘먹튀’ 논란에 휘말렸다. 선수 관리와 지도력 문제, 월드컵 예선 탈락 등 많은 부분에서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또 다시 각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호주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는, 뛰어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누군가를 중요한 자리에 앉히는 결정은 어찌 보면 도박이다. 검증에 검증을 거쳐도 실패할 확률은 50%다. 기업의 생존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들 역시 주머니를 털어 성공 전력이 있는 인재들을 모셔오기 바쁘지만 성공 여부를 놓고 오너의 속은 타들어간다.

지난해 1월 노조원의 분신 사건을 책임지고 물러났던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년4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정몽구 현대기아차동차그룹 회장이 그에게 내린 특명은 ‘노사문제 해결’ 이었다. 다행히 윤 부회장은 정 회장의 판단이 옳았음을 100여일 만에 증명해냈다.

윤 부회장은 △대학 미진학 자녀 기술취득지원금 1000만원 △조합 활동 면책특권 △정년 61세 △노조의 인사경영권 침해 요구 △휴일특근 조건 재협의 등 다소 과도하다고 생각되는 요구들은 수용불가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고, 고용안정, 연구개발 투자 등 상생안의 합의는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고 그만의 원칙을 고수했기에 이뤄낸 결과다.

2011년 12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였던 권영수 사장이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영전이냐, 아니면 좌천이냐’를 놓고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규모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LG화학 전지부문의 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5월 북미 최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실증 사업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LG화학이 선정되는 순간 논란은 사그라들었고 그의 능력은 입증됐다. 구본무 LG 회장의 선택 역시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한반도를 벗어나 먼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인사의 도박’은 통용된다. 죽어가던 야후를 살려낸 마리사 마이어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해 7월 야후의 구원투수로 ‘깜짝’ 영입된 마이어는 그동안 경영부진에 허덕이던 야후의 다양한 제품들을 모바일 전략에 맞게 개선하고 17개 기업을 새로 인수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야후 주식은 70% 이상 올랐으며 사내 지지도는 무려 85%까지 치솟았다. 결국 5년 만에 미국 포털사이트 1위를 되찾았으며 방문객 수는 20%나 증가했다. 그녀는 이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이 됐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들과 같이 엄청난 돈을 들이고 최대한 검증을 거친 인재를 영입한다고 모든 기업이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선택하는 일인 만큼 실패하기 마련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그랬다.

일각에서는 그가 ‘해외 유명 MBA 졸업생’ 이라는 타이틀을 너무 맹신한 게 화를 자초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윤 회장은 2007년 7월 웅진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기획조정실의 책임자 자리에 MBA 출신을 앉혔다.

2007~2009년 당시 웅진홀딩스 기획조정실장 역시 윤 회장이 지목한 또 다른 MBA 출신으로 그룹의 사업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듬해 선임된 웅진홀딩스 대표도 어김없이 해외 유명 MBA 졸업생이었다.

웅진그룹은 이들이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던 2008년과 2010년에 각각 웅진케미칼, 서울저축은행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결국 법정관리 신청을 피할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버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핵심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거는 만큼 그들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지만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변수들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이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해결 방안을 기업들도 함께 고민해야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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