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 퇴진, 또 무너지는 샐러리맨 신화

입력 2013-09-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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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해양 새 대표이사 선임안 처리…40년 ‘성공 드라마’ 막내려

“대한민국에서 샐러리맨의 신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퇴진이 가시화됐다. 1973년 쌍용양회에서 평사원으로 산업 전선에 뛰어든 그가 STX그룹 회장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게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STX조선해양은 9일 오후 2시 서울 STX남산타워에서 이사회를 열고 새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다룬다. 지난 5일 채권단이 강 회장과, 신상호 STX조선해양 사장 대신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을 각각 등기이사로 추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사회에서는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 통과가 유력하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강덕수 회장·신상호 사장·조정철 기획관리본부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숫자 상으로는 사외이사 중 한 명만 반대표를 던져도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부결할 수 있다. 그러나 STX조선해양 회생의 칼자루를 채권단이 들고 있어 이들이 반대표를 던지기는 어렵다. 강 회장 역시 4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을 때 ‘경영권 행사와 관련해 채권단 결정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 협약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 이사회는 채권단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회장도 채권단 측에 “2선에서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의 신임 대표이사 선임은 오는 27일 경남 진해에서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된다.

강 회장의 퇴진이 사실상 확실시되면서 그의 샐러리맨 신화도 막을 내리게 됐다. 강 회장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28년 만인 2001년 자신이 재무책임자(CFO)로 있던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외국 자본에 넘어갔던 쌍용중공업이 다시 매물로 나오자 사재를 털어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과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잇따라 인수했다. 그룹을 경영한 지 10여년 만에 STX를 재계 10위권으로 성장시킨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조선업 침체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황이 냉각되자 선박 건조, 해상 운송 등이 차례로 타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STX다롄, STX유럽 등 해외사업의 무리한 투자는 기업 회생을 어렵게 했다.

강 회장의 퇴진은 대한민국에서 기업 역사가 50년 이상 된 전통 재벌 외 신생 기업의 성공은 ‘바늘구멍 뚫기’라는 국내 경영환경의 단면을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원조 샐러리맨 신화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윤석금 웅진 회장 등을 보면 자본 기반과 정·재계 기반이 없는 샐러리맨들이 끝까지 성공 신화를 쓰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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