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송강호, “믿고 보는 배우? 과찬이십니다” [스타인터뷰]

입력 2013-09-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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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으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한 송강호(사진 = 쇼박스)

또 송강호다. 영화 ‘설국열차’로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군 그는 아직 배가 고프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관상’에서 송강호는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 역을 맡아 능청스럽고 코믹스러우며 열정적인 동시에 자연스러운 ‘송강호식’ 연기를 유감없이 발휘할 전망이다.

3일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만난 송강호는 ‘자연인’이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까맣게 탄 얼굴에 살짝 난 수염은 송강호의 연기 인생을 완연히 담고 있었다.

“머리는 하늘이니 높고, 둥글어야 하고 해와 달은 눈이니 맑고 빛나야 하며 이마와 코는 산악이니 보기 좋게 솟아야 하고 나무와 풀은 머리카락과 수염이니 맑고 수려해야 한다.”

‘관상’ 속 내경의 대사다. 내경은 극중 사람의 얼굴을 보는 즉시 그 사람의 성격과 미래를 점칠 수 있는 관상가다. 먹고 살기 위해 배운 관상이지만 천재적 재능을 드러내며 한양을 들썩인다. 송강호는 내경과 자신이 닮았다며 즐거워 했다.

“내경은 파란만장한 생을 사는 만큼 희로애락을 다 표현해야 했던 캐릭터였어요. 천진난만한 모습부터 시작해서 진지한 삶의 태도, 비극적 상황에서의 안타까움 등이 저와 많이 닮아 있었죠. 인간적이며 가장 송강호스러운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해요.”

아이러니하게도 송강호는 평생 점이나 관상을 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관상을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지만 점이나 관상은 조선시대라는 설정을 떠나서 가장 흥미로운 소재 아닌가요? 누구나 재미로 볼 수 있는 동시에 심취해 공부할 수도 있는 것이죠. 참 재밌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관상'으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한 송강호(사진 = 쇼박스)

재밌는 소재에서 재밌는 영화가 나왔다. ‘관상’은 전반부 송강호와 조정석의 연기 앙상블로 관객의 웃음을 절로 자아낸다. 수양대군(이정재)의 등장 후에는 계유정난의 비극적 현실과 궁중 암투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코미디적 요소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원래 시나리오에 코미디 요소는 아예 없었어요. 드라마가 강하고 빈 여백이 많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으면서도 어려운 점이 있었죠. 영화 초반부 경쾌한 스타트를 만드는 것이 재밌기도 했지만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저는 물론이고 김혜수, 조정석, 한재림 감독도 많은 생각과 시도를 통해 결실을 뽑았어요.”

‘관상’의 런닝타임은 142분. 다른 영화보다 20여 분 더 길어 우려를 낳았다. 송강호는 이에 대해 “우리 영화를 사골국에 비유하고 싶다. 2시간 끓인 것과 2시간 20분 끓인 사골국은 농도가 다르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어느 작품이든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에요. ‘설국열차’도 그랬죠.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을 받고 주목 받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나쁘게 생각 안 해요. 개인의 취향, 가치관, 심성이 모두 다른데 어떻게 영화를 획일적으로 보겠어요. 영화를 보고 재밌다, 재미없다는 것을 따지기보다 많은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관상’을 보다보면 출연진들의 입김이 보인다. 송강호는 추운 겨울, 촬영현장을 생각하며 “많이 고생했다”고 회상했다.

“보통 겨울에 새벽 운동할 때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하고 나가잖아요. 용인에서 촬영할 때였는데 새벽 3시 정확하게 영하 17도를 가리키고 있었어요. 가장 추울 때 한복만 입고 야외에서 촬영을 했어요. 약간 어지럽더라고요. 뇌졸중 초기 증상도 왔어요. 그 정도로 혹독한 시기에 촬영한 분량이 많아요. 지금 같이 더울 때는 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는 가혹하리만치 극과 극의 현장 속에서 촬영할 때가 많아요.”

▲영화 '관상'으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한 송강호(사진 = 쇼박스)

송강호는 올 한해 참 바쁘다. ‘설국열차’에 이어 ‘관상’으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으며 11월, 80년대 인권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변호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출연한 대다수의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도 달았다.

“과찬입니다(웃음). 영화를 홍보하다보면 그런 수식어를 붙여주시는데 제 입장에서는 과한 표현이에요. 그런 수식어를 달 수 있게끔 노력을 할 뿐이죠.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흥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작품이 좋고, 배우 스스로 좋을 때 흥행에 성공하는 것 아닐까요.”

1인자 송강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지난해 ‘푸른소금’, ‘하울링’의 흥행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주변의 우려를 낳았다.

“지금이나 그때나 저는 똑같아요. 배우는 사람을 연구하고 표현하는 직업이며 제 삶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죠. 살다보면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안 좋고, 아쉬운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는 법이죠. 배우의 삶도 똑같습니다. 늘 흥행하는 작품만 할 수는 없어요. 실패도 저의 경험이에요. 그 경험이 혁혁히 쌓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순간이 ‘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흥행에 성공한다고 제 인생이 달라지지 않아요. 전 배우로서 제 일을 할 뿐이죠.”

20여 년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송강호. 그의 성공 비결은 매순간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데 있었다. 관객들은 벌써 관상가로 변신한 송강호에게서 조선시대 관상가의 삶을 그대로 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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