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파격적 선택이다. 물론 과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집결호(2007)’, ‘스탈린의 선물(2008)’, ‘산시나무 아래(2010)’ 등 생소한 작품들이 등장한 적은 있지만 유명 감독의 작품이거나 상업성을 갖고 있었다. 비경쟁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이 실험적 작품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3일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전폭적인 변화를 꾀했다. 작품성을 갖춘 개막작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설국열차’ 913만, ‘더 테러 라이브’ 555만, ‘숨바꼭질’ 515만, ‘감기’ 303만… 한국영화는 8월 한달간 2000만명의 관객을 넘어섰고, 지난해에 이어 관객 1억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지만 그 이면에는 ‘관객 몰아주기’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피에타’, ‘뫼비우스’의 김기덕 감독은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프랑스 멀티플렉스를 가 보면 13개관에 저마다 다른 영화가 걸려 있다. 하지만 한국은 흥행하는 영화가 4~5개의 관을 차지하고 있다. 이건 문화 독재이고 동시에 관객은 문화 노예가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영화의 흥행은 관객의 선택이고, 한 영화가 흥행독주에 나선다는 것이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상기 영화들의 작품성과 흥행력 역시 배우, 스태프의 땀으로 만든 결실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충분한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배급사와 멀티플렉스들의 담합, 상영관 장악은 성적 지상주의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선택이 상업성에 목매는 영화계에 경종을 울리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