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8일 10대 그룹 총수들과 오찬간담회를 하면서 ‘재계 기살리기’에 나섬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경제계가 제기한 상법 개정안 검토와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했다. 이날 참석한 재계 총수들도 투자 확대를 약속하며 화답했다.
삼성은 올 투자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올해 투자 규모는 5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박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지금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가) 규제를 풀어준 게 기업에 큰 힘이 된다”며 “투자·고용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창조경제는 한국경제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이라며 “기업들이 앞장서서 실행하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지지를 보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소프트웨어 인재육성과 기초과학 육성, 융복합 기술개발에도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실제로 삼성은 올해 처음으로 인문계 전공자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육성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전형을 도입했다. 올해 채용 인원은 200명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1000명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자동차나 철강 등에서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친환경·첨단소재 개발에도 노력 중”이라며 “해외 협력업체 동반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전체 판매량의 1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투자액 중 40%가량인 7조원은 미래차·고효율 신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배터리 및 제어기술 개발 등에 투자키로 했다. 앞으로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관련연구 및 투자에도 착수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융복합 IT 기술,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자동차 등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등 차세대 사업에서 시장 선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각오다. 실제 LG전자는 최근 3100억원을 들여 인천에 자동차 부품 전용 R&D 단지를 완공했다. LG전자는 이곳에 LG이노텍, V-ENS 등에 있던 자동차 부품 연구인력 800여명을 모았다. 차체 설계부터 시작해 모터, 인버터,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차량의 주요 부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구본무 회장이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원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건의하자 박 대통령은 “전기자동차에 대해서 보조금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든가 요금 체계를 합리화한다든가 이런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구 회장은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주는 휴대폰 사업과 저성장 아동을 위한 성장호르몬 보급 등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SK그룹은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에너지 신시장 창출을 위해 스마트그리드, 빌딩관리시스템, 에너지 저장장치 등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창근 SK 의장은 시노펙과 합작투자한 것이 8월 중 상업 생산된다며, 정부에 세일즈 외교에 앞장서 줄 것도 건의했다.
한화그룹은 이라크 주택 10만호 건설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태양광 사업에도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신규 항공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60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대당 250명의 고용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은 자원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는 심해저 자원개발, 해양플랜트에 대한 자원외교 강화 필요성을 건의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의 경우, 박용만 회장이 최근 “투자 활성화는 의지의 문제가 아닌 기회의 문제”라고 밝힌 만큼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