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H유진(34)이 1년 여의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29일 정오 발표한 신곡 ‘쓰레기(feat. 숙희)’는 ‘나쁜 남자’였던 그의 과거를 가감 없이 담았다. 신곡 발표 직후 이투데이 사옥을 찾은 H유진은 음악만큼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돌이켜 보면 제가 남자친구로서 다정다감한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모든 일을 제 위주로 우선 생각했어요. 여자친구와 약속이 있어도 친구들이 술 마시자고 하면 그곳으로 향할 정도였으니까요. 애정표현도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이었어요. 사랑보다는 음악이 먼저이기도 했고요. 바람을 피우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누가 봐도 좋은 남자친구는 아니었죠.”
그는 과거의 자신을 씻어버리는 마음으로 ‘쓰레기’의 가사를 썼다. 지난해 겨울,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써내려갔다는 ‘쓰레기’는 떠나간 연인에 대한 뒤늦은 후회와 외로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마지막 이별은 벌써 3년 전, 이제는 새로운 사람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됐다.
H유진은 지난해 발표한 곡 ‘파티 애니멀(Party Animal)’이 청소년 유해판정을 받으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음악 방송 무대에 설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클럽이 아닌 무대에서 선보일 수도 없었다. 소속사를 나와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준비한 첫 앨범이었다.
“곡 작업에서 뮤직비디오, 안무까지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한 앨범이었는데 19금 판정을 받으면서 활동이 불가능하게 됐어요. 지금도 왜 19금 판정이 났는지 영문을 모르겠어요. 조율해 줄 소속사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죠. 정말 안타까운 앨범이에요. 에릭(신화), 산이, 하주연(주얼리), 후니훈 등 함께 작업해 준 친구들에게도 너무 미안했고요.”
하지만 그는 홀로서기를 결심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스스로 헤쳐나가는 길은 순탄한 일 없이 가시투성이지만 직접 부딪히면서 얻은 경험은 무엇 하나 허투루 여길 것이 없다.
“소속사에 있을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음악만 했어요. 그 땐 저를 둘러싼 수많은 시스템들이 당연하게 주어지는 거라고 여겼어요. 그러다 혼자 하다보니까 얼마나 많은 과정과 시간, 비용이 들어가는지 깨닫게 됐어요. 많이 힘들었지만 회사 소속이었다면 이런 점들을 언제까지나 배울 수 없었을 거에요.”
물론 소속사 없이 지낸 지난 2년의 시간동안 자신의 노래를 알리기 어려웠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음악 방송이나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지 않으면 홍보의 기회조차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오롯이 음악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홍보 수단이 줄어들면서 더욱 노래에 집중하게 됐어요. 노래가 좋다면 대중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계속해서 좋은 곡을 발표하다보면 마니아 층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작업하는 중이에요.”
2006년 정식으로 데뷔한 그는 매 앨범마다 화려한 피처링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또래들은 점점 사라져 갔다.
“1998년에 가요계에 입문했고 15년이나 활동하다보니까 본의 아니게 인맥이 넓어져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게 됐어요. 지금 제 나이대에 건재한 친구들은 신화 뿐이네요. 제가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음악을 꾸준히 발표할 수 있다는 점도 어떻게 보면 축복인 것 같아요. 많은 분들 덕택이죠.”
H유진은 2008년 KBS 2TV ‘해피투게더’에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함께 출연하면서 일명 ‘일생의 진리랩’으로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상황은 누구도 의도한 바가 없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에게 꼬리표처럼 달라붙어있다.
“한창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던 시기였죠. 이제는 그 꼬리표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쉬는 동안 제가 출연했던 예능을 보곤 했더니 다시 예능 쪽으로 길이 열리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기회가 된다면 ‘정글의 법칙’ 같은 프로그램에서 남자다운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정글에서 겪는 모험이 저와 잘 맞을 것 같거든요.”
그동안 H유진이 발표한 곡들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가 돋보인다. 그는 흔히 말하는 정통 힙합 대신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감성래퍼’를 택했다. 간혹 그를 저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연연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의 입맛을 다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다가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정통 힙합을 원하는 분들이 있는 만큼 서정적인 힙합 음악을 즐겨 듣는 분들이 존재하거든요. 대중성을 기반으로 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국내 활동이 뜸한 동안 그는 일본의 러브콜을 받고 뜻이 맞는 친구들과 꾸준히 현지 무대에 올랐다. 힙합 한류는 아직 미세한 상태지만 자신을 시작으로 불씨가 번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오는 10월 즈음에는 또다른 신곡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미 두 곡의 작업이 끝나서 세상의 빛을 보기를 기다리고 있다.
“좋은 곡을 계속 발표해서 많은 분들이 H유진이란 이름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래퍼가 되고 싶어요. 선입견을 버리고 멜로디와 가사를 귀 기울여 들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