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지식경영과 창조경영의 공통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3-08-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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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소기업은 지난 10년간 글로벌시장 개척에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결과 닫힌 국제화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격차가 1.8% 수준이지만, 수출하는 중소기업과 수출하지 않는 중소기업 간 영업이익률 격차는 2.1%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보다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정도가 이익 양극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매출의 대부분을 국내에 의존하고 있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선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개선의 조짐도 없다.

이에 비해 대기업은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이를 대기업의 보물찾기(treasure hunting)라고 부른다. 이것이 대기업 이익의 핵심원천이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은 글로벌시장 창조의 수혜자이고, 중소기업은 글로벌시장의 잠재적 희생자이다.

국내에서 팔고 해외에서 한 번 더 팔 수 있어야 생산성도 올라간다. 글로벌시장을 생각하면 혁신과 제품 개발의 강도도 강해진다. 이제 10년간의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때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영은 중소기업을 열린 국제화의 수혜자로 만들어가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소기업 모든 문제의 핵심 원인은 ‘글로벌’에서 기인된 만큼 ‘글로벌화’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추구하는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10여년 전 일본의 기술과 중국의 원가 사이에 낀 1만불형 샌드위치 위기가 지식경영을 낳았다면, 2만불형 신(新)샌드위치 위기가 창조경영을 잉태하고 있다. IMF 금융위기 이후의 지식경영과 지금의 창조경영은 근로자의 손발에 의존하는 근육경제(Muscle economy)를 넘어 지식 근로자들이 만들어내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새로운 제품,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모방과 원가기반의 추격자 모델을 벗어나 시장을 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식경영은 노쇠하는 우리나라 기업생태계에 창업 확산을 통해 건강성을 회복하는 큰 힘이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벤처들의 매출이 250조원에 이르고 있고 매년 20%씩 성장하는 고기술력 강소기업으로 발전하여 한국경제를 뒤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지식경영의 성공 아이콘이었던 싸이월드, ‘I Love School’ 등은 실패하고 말았다. 여기서 우리는 창조경영이 극복해야 할 역사적 교훈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핵심적인 실패 이유는 제품창조와 국내시장 창조에 성공하고 글로벌시장 창조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창조경제는 중소기업이 글로벌시장 창조로 달콤한 맛을 보게 해야 한다. 그래야 고용창출과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국가경제가 중소기업 기반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식경영이 제품혁신에 관심을 두었다면, 창조경영은 글로벌시장 창조에 보다 큰 관심을 두어야 한다. 창조의 대상은 제품 혁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시장 창조에 성공해야 한다. 창조경영의 변화 시작은 글로벌시장이어야 한다. 보물은 시장에 있다. 해외시장에는 안 가고 국내에서 창조제품만 만들다 보면 5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러가고 만다.

그러나 아직 중소기업 정책예산 중 수출지원 예산은 1.6%에 불과하다. 예산은 정부 의지의 계량적 표현이다. 창조경영이 지식경영의 글로벌시장 창출 실패를 따라가지 않기 위해서는 글로벌시장 창조에 더 큰 관심이 주어져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통상 기능을 어렵게 넘겨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통상이 중소기업에 날개를 달아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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