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권과의 대화 의제를 민생으로 한정해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5자 회담을 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박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 간 양자회담으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문제를 우선 논의한 뒤 다자회담을 통해 민생을 논의하자고 역제안했다.
현 대치 국면을 대화로 풀자는 생각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정작 대화의 형식을 서로 문제 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양자 회동을 통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박 대통령과 연결 짓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선(先)양자회담, 후(後)다자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특히 국정원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떨어진 뒤 주장해도 늦지 않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경기활성화가 더욱 시급한 과제임에도 국정원 사건에만 집착하는 건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반대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런 야당의 ‘정치적 의도’에 말려들지 않고 경기활성화를 위한 민생회복에만 대화를 집중하겠는 방침이지만 대화 형식을 자신들의 틀에만 맞추려 하는 건 그런 의지를 퇴색시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초 수입산 소고기와 한·미 FTA로 얼어붙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양자회담을 결단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 김한길 대표도 그동안 “형식과 의전에 구애받지 않고 대통령과 만나겠다”고 말해왔다. 이제는 약속을 지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