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도 마음대로 못해…” 여성 병원근로자 모성보호 ‘취약’

입력 2013-08-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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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조조 “정부는 실태조사 및 인력충원 등 책임 있는 조치 취해야”

국내 대학병원에 간호사로 재직 중인 김OO(27) 씨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자신이 임신하게 된다면 업무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한 병동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가 자신 때문에 임신을 제때 하지 못할까 마음이 무겁다.

이렇듯 국내 병원에서 일하는 여성 보건의료근로자들이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모성보호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조합원 2만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2013년 보건의료노동자의 모성보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합원의 18%는 병원에서 간호사들의 임신하는 순서을 정하는 ‘임신순번제’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A 병원의 경우 29.4%에 달했다. 임신순번제를 시행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다.

병원에서는 임신순번제를 공식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지만 주로 부서장이나 수간호사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만약 이를 거부하거나 마음대로 임신을 하게 되면 근무표상으로 불이익이나 타 부서로 이동되는 사례도 일어났다.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 관계자는 “임신순번제는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며 “병원은 가임기 여성근로자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무여건 개선과 의료 서비스 질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보건의료근로자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임산부의 야간근로에 대해서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었다. 공공병원 여성 근로자 25%, 민간병원은 18.4%가 야간근무를 하고 있었다. 출산 후 조기복귀에 대해서도 공공병원은 21.7%, 민간부분은 17.5%로 나타났다. 심지어 유산이나 사산을 하는 비율도 20.1%나 되었다.

아울러 생리휴가와 육아휴직 사용 비율 또한 매우 낮았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은 평균 14.2%로 조사됐다. 이들은 병원의 분위기나 현장 인력부족으로 동요에게 업무를 전가하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윤은정 보건의료노조 정책부장은 “야간근로자나 출산 후 조기복귀 비율이 민간병원보다 공공병원이 높은 이유는 아무래도 정원이 제한돼 있어 대체인력을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모성보호의 사각지대인 보건의료기관에 대한 모성보호실태를 전면 조사하고, 법위반 사항 개선, 모성보호를 위한 인력충원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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