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원자력발전소 한빛 6호기가 고장으로 멈춰 서 22일에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예기치 못한 원자력발전소 중단사고가 반복되면서 9월 전력대란 우려도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상시 수급대책을 시행할 경우의 최대 전력수요가 7400만㎾에 달하고 최저예비력이 327만㎾까지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2단계인 ‘관심’(예비력 300만∼400만㎾)을 발령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전력당국은 전날 오후 2시 44분께 설비용량 100만㎾급인 한빛 6호기가 원자로 냉각수 펌프(RCA) 계통의 고장으로 갑자기 발전을 정지함에 따라 올 여름 들어 세 번째로 전력수급경보 ‘관심’을 발령했다.
전력당국은 한빛 6호기가 고장 원인을 파악한 뒤 복구작업을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가는 데 최소 4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자가발전, 공공기관 비상발전기 가동, 석탄화력발전 최대출력 등 가용한 비상수급대책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긴급 수요자원시장 개설과 주간예고 수요관리 등을 통해 50만㎾ 이상의 예비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다행스러운 점은 이날 낮 기온이 서울 33도에 달하는 등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늦은 오후부터는 중부지방에 비가 내려 더위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9월까지 늦더위가 이어질 경우, 2011년 전국을 암흑에 빠뜨릴 뻔 했던 전정대란과 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현재 한빛 6호기의 발전 정지로 전국 원전 23기 중 6기가 가동 중단 상태다. 한빛 6호기 외에 고리 1호기, 신고리 1·2호기, 월성 1호기, 신월성 1호기가 정지돼 있다. 한빛 6호기의 경우 정지 원인이 심각한 고장으로 확인될 경우 가동정지 기간이 4일보다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원전과 화력발전소들은 다음달 중 줄줄이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갈 계획으로, 전력공급 사정도 매우 빠듯한 상황이다. 화력발전소의 경우 원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쉼 없이 가동해온 터라 피로누적에 따른 고장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원전이 불시에 정지된 게 벌써 다섯 번째라는 사실도 우려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