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이번 축제에 초청된 배경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괴물’이 프랑스 감독협회가 주관하는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을 맡은 르그랑 작가와의 인연으로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이때 ‘설국열차’의 영화화에 대한 본격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한다. 로셰트 작가는 “영화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본 후였기에 (봉 감독의) 실력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전부터 영화로 만들자는 제의는 들어왔으나 거절했다. 잘한 것 같다. 그때는 기술적으로 구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원작자는 곳곳에서 영화 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영화 속에서 꼬리 칸의 설국열차 기록화는 로셰트가 직접 그렸다. 그는 “그림들을 그리는 데 굉장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할 만큼 공들인 작품이다. 또 영화 속 엑스트라로 참여한 르그랑 작가는 “크고 하얀 수염도 붙이고 모래나 먼지도 뒤집어썼다”며 “거울을 보고 러시아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재밌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왜 하필 열차였을까. 작품을 최초로 구상한 자크 로브는 1990년 세상을 떠났다. 다만 르그랑 작가는 열차라는 구식 소재가 사용된 것에 대해 “시스템(사회) 자체가 어딘가를 향해 굴러간다는 설정이 맘에 들었다”며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어딘가로 진행되는 것은 인간사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원작의 새로운 빙하기, 끊임없이 달리는 열차 등의 기본 골격만 가져왔다. 이 부분에서 두 사람은 꽤 만족했다. 르그랑 작가는 영화 시나리오에 대해 “만화는 총 5편으로 기획했지만, 3편으로 끝났다. 만화는 덜 다듬어졌다”며 “영화가 더 잘 다듬어졌다”고 말했다. 로셰트 작가도 “작품이 다르게 해석되고 변형되는 것이 흥미롭다”고 했다.
오랜 시간 작품을 같이해 온 두 작가는 ‘설국열차’와 함께 성장했다. 25세 청년시절 1편을 그린 로셰트 작가는 “1편 이후 20년간 화가 활동을 해 오면서 1999년 2·3권에서는 그림체가 변화했다”고 말했다.
원작자의 방문으로 ‘설국열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팬들은 벌써 원작의 속편 출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4·5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듣는다는 로셰트 작가는 “프랑스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