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전쟁] 나쁜 블록딜, 좋은 블록딜

입력 2013-08-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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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용 시장부 차장

일반인의 예상과 달리 기관투자자들은 블록딜(Block Deal)을 통한 단타매매를 꽤 선호한다. 특히 박스권 장세에서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는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블록딜은 말 그대로 많은 주식을 덩어리째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블록딜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장에서 주가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장내 물량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대주주가 지분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유익한 매매 방식이다.

블록딜이 이뤄지는 과정은 우선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매도자가 주간사(증권사)를 선정하고 주간사는 일종의 중개인 역할을 하면서 매도 물량을 받아갈 수 있는 매수자를 물색한다.

매도자가 일방적으로 매도 가격과 수량을 정하는 방식도 있지만 최근엔 경쟁입찰 방식이 주를 이룬다. 매수자가 가격을 제시하게 하고 높은 가격을 써낸 곳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다.

블록딜은 늘 관심의 대상이지만 투자자들이 정확한 실체를 알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매각가격과 변동이 공시되지만 누가 받아갔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나쁜 블록딜’도 빈번하다. 일부 기업은 주가 급락기에 저가에 사놓은 자사주들을 직접 팔면 시장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때문에 기관에 10% 가량의 할인율을 적용해 블록으로 넘긴다. 그리고 기관들은 이 물량을 받아 그날 다 팔아 버린다. 싸게 샀으니 조금 불리한 가격에 팔더라도 꽤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돈 놓고 돈 먹기고, 돈이 돈을 버는 구조인 셈이다.

주가 급등기에는 이 같은 블록딜 알선 영업이 더 치열하다. 매니저들은 거의 무위험으로 수익을 낼 수 있고 브로커들은 약정 수입을 챙겨서 좋다는 계산이다. 해당 기업 역시 욕먹지 않고 자사주를 넘길 수 있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손해를 보는 건 물량을 받은 개미투자자들이다.

자사주를 기관에 비싸게 넘기는 경우도 있다. 주로 대형 운용사들이 쓰는 방식인데 과정이 꽤 흥미롭다. 기관은 기업에 주가를 30%까지 올려줄 테니 10%의 프리미엄으로 자사주 100만주를 넘기라고 요구한다. 100만주를 장내에서 사면 주가가 올라 더 비싸질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이 기관은 남아도는 자금력을 동원해 장내 매수로 30%를 끌어올린다. 이후엔 10% 웃돈을 주고 산 주식을 자사주를 판다. 기업은 10%의 프리미엄을 벌고 기관도 수익을 내게 되는 구조다.

블록딜은 매매주체끼리 매매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렇다고 블록딜의 매매주체를 낱낱이 공시하거나 보호예수를 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기관 블록딜을 ‘장기투자 기관이 주식을 받아갔다’며 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정답이 없듯 기관이라고 장기투자할 것이라고 넘겨짚어서는 안된다. 블록딜은 분명 기관의 초단타매매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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