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광복절을 며칠 앞두고 위안부 피해 여성 이용녀 할머니가 87년 한 많은 인생을 마감했다.
서로를 의지하며 매주 수요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평생 소원이던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또 한 명의 동료를 떠나보내야 했다. 이 할머니의 사망으로 현재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57명으로 줄었다.
일본의 도발과 망언은 이제 ‘습관적 퍼포먼스’가 돼 버렸다.
지난해 6월 일본 극우파 스즈키 노부유키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했다. 같은 해 9월 일본에 있는 윤봉길 의사의 순국기념비에도 말뚝 테러를 한 그는 올해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결과는 낙선이었지만 할머니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아 얻은 유명세로 그가 선거에까지 출마하는 것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올해도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을 비롯해 일본 정치인들의 위안부 망언은 어김없이 이어졌고 일본 정부는 여전히 사과할 기미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일본의 망언과 도발이 습관이 됐지만 우리 정부를 비롯해 한국인 대다수는 역사 바로잡기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 ‘일시적’이라는 사실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12일 미국의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에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비교하는 광고를 게재하는 등 일부 단체와 개인이 역사 바로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대중은 물론 정부는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남의 일’처럼 무관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14일 광복절을 기념하는 1087번째 수요집회는 이 할머니의 추모 집회와 맞물려 ‘일시적’ 관심 속에 열린다.
붉은 악마의 걸개 문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없는 일본은 물론 망언과 도발에 무뎌진 우리 정부에도 동북아 정세의 안정을 위한 미래가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