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보호무역주의] 불공정거래 방지 내세워 너도나도 발목… ‘수출 한국’ 직격탄

입력 2013-08-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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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무역규제’ 상반기에만 96건… 반덤핑 상계 관세 한국업체 정조준

한국의 수출 전선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최대 수출국들이 한국산 제품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국의 수입 규제는 개별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만큼, 민·관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수입규제와 관련한 국내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수입 규제국을 상대로 대응 논리를 마련하기 위해 ‘수입규제 국내 대응반’을 본격 가동하기도 했다.

규제국 입장에서는 불공정 무역행위를 방지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에 수출주도형인 우리나라의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가 최근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것은 셰일가스 개발 확대로 시추용 강관 수요가 증가하자 US스틸 등 철강 업체들의 견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의 유정용 강관 수출액은 2012년말 현재 8억3000만 달러 규모로, 상당 부분 미국에서 흡수하고 있다.

◇최대 수출국들의 잇단 무역 규제 = 산업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전세계 무역규제는 지난 6월 말 129건에 달한다. 이중 96건은 이미 규제를 받고 있고, 나머지 33건은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 제소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17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5건으로 급상승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14건에 달하는 등 확대 추세다.

특히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 상대국들의 무역 규제가 심각하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24건으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중국 17건, 미국 11건으로, 3국에 의한 규제가 전체의 40.3%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인도의 경우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한 국가이고, 교역량이 그리 많지 않은 만큼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미국,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이 국가별 규제 순위에서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산업의 입장에서 수출길이 확연히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의 경우 2012년 말 기준으로 수출 규모가 2조 달러를 넘어서는 등 최대 수출국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전자·석유화학 업종 빨간불 = 철강·전자·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들이 각국의 무역 규제 대상에 오르고 있다. 때문에 최근 일고 있는 반덤핑 관세 및 반덤핑·상계 관세 부과 조치가 한국 업체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각국의 품목별 무역 규제 현황을 살펴보면 화학 부문이 48건으로 가장 많았고, 철강 41건, 섬유 16건 등의 순이었다. 이중 화학 부문은 중국·인도가 31건으로 최다 규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부문은 미국이 가장 많은 7건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무역 규제 형태별로는 반덤핑 관세 104건, 세이프가드 22건, 반덤핑·상계 관세 공동 3건 등이다.

철강·전자·석유화학 부문은 우리나라의 주요 외화벌이 산업이라는 점에서 무역 규제 확대가 주는 의미는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전자(반도체) 제품의 수출 규모는 504억3000만 달러어치로 전체 국가 수출액 5482억 달러의 9.6%에 달한다. 이어 석유화학 제품은 459억1200만 달러로 8.4%를, 철강 제품의 경우 369억7100만 달러로 6.7%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계, 파상 공세에 당황…‘대책 고심’= 각국의 파상적인 무역 규제 공세가 잇따라 진행되자 한국 산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선진국, 개도국 구분 없이 무차별적인 반덤핑 제소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무역 규제는 외교적인 문제가 결부돼 있는 만큼 개별 기업이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업종과 달리 철강은 수출품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무역 규제가 많아질수록 고충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하소연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반덤핑 조사와 관련한 주요국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체 수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내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수입 규제는 개시 후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부는 최근 무역협회·한국철강협회·한국석유화학협회·한국섬유산업협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 5개 민간단체들과 함께 대응반을 구성, 수입규제 해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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