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의 정면 대결에 영화계 전반이 뜨겁다. 한동안 침체기에 있었던 한국영화는 두 영화의 쌍끌이 흥행에 휘파람을 불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지난 주말 ‘설국열차’는 총 162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고, ‘더 테러 라이브’는 120만명의 관객이 입장했다. 개봉 8일 만에 각각 450만, 250만 관객을 동원한 두 영화의 중심에는 송강호와 하정우가 있다.
▲‘설국열차’ 송강호
‘설국열차’를 본 관객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영화에서 송강호의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영화는 철저하게 코리칸 반란군의 리더 크리스 에반스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강호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반란군을 위해 문을 열어주는 남궁민수(송강호)는 딸 요나(고아성)와 함께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지만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송강호는 그런 남궁민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송강호에게 영어가 아닌 한국어 연기를 설정한 것은 봉준호 감독의 신의 한 수였다. 송강호는 전 세계 인류를 태우고 달리는 기차에서 누구보다 자연스럽다. 한국어 연기는 전작 ‘살인의 추억’, ‘괴물’ 등에서 보여준 전매특허 송강호식 연기가 할리우드 배우 사이에 전혀 위화감 없이 녹아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봉준호 감독은 “세계적 배우 사이에 있는 송강호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그의 캐스팅 이유를 전했고, “영화 촬영 내내 송강호의 연기를 유심히 봤다”는 틸다 스윈튼은 “송강호와 함께 작업하게 돼 영광이다”고 말했다.
▲‘더 테러 라이브’ 하정우
하정우의 연기는 97분의 러닝타임을 꽉 채운다. 앵커와 테러범의 대결을 생중계하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얼핏 단순한 전개로 집중력을 잃게 할 수도 있지만 하정우란 배우의 연기는 몰입도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작은 라디오 부스 안에서 테러범과 교신하는 윤영화(하정우) 앵커의 심리는 시시각각 변한다. 사리사욕으로 시작된 그의 여유는 점차 공포와 분노로 바뀌어가고 이 과정을 하정우는 온몸으로 연기한다. 이에 하정우는 “영화를 처음으로 순서대로 찍어봤다. 순서대로 찍으니까 후반부에 갈수록 감정이 사실적으로 쌓였다. 옷도 해져가고 마지막 분량에 그동안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묻어 있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더 테러 라이브’는 하정우의 원맨쇼다. 그래서 가장 하정우에게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내 연기를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쉼표가 됐다”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더 테러 라이브’는 그 어떤 액션 블록버스터보다 하정우에게 어려운 작품이었다.
송강호, 하정우. 신구 연기파 배우가 올 여름 제대로 맞붙었다. 흥행 성적은 이제 숫자에 불과하다. 관객들은 두 사람의 신작과 연기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