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여성 파워로 배역의 성별을 바꾼 여배우들이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31일 개봉하여 흥행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설국열차’의 틸다 스윈튼과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의 아일라 피셔가 주인공들이다.
틸다 스윈튼은 ‘설국열차’에서 열차를 지배하는 2인자인 ‘메이슨’역을 맡았다. 원래 봉준호 감독은 ‘메이슨’이라는 캐릭터를 강한 권력을 지닌 남성 캐릭터로 설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칸 영화제에서 만난 틸다 스윈튼의 모습을 보고 캐릭터의 성별을 바꾸면서까지 그녀와의 작업을 구상하게 됐다.
틸다 스윈튼은 봉준호 감독에게 화답하듯 영화 속에서 꼬리칸 사람들을 억압하는 악랄한 독재자인 메이슨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의 아일라 피셔도 연기에 대한 재능과 열의로 캐릭터의 성별까지 바꾼 배우로 알려졌다.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3초 만에 세계 최대 은행을 통째로 털어 관객에게 나눠준 뒤 더 큰 범행을 준비하는 네 명의 최정예 마술사 포 호스맨과 그들의 진짜 계획을 밝히려는 FBI와의 짜릿한 대결을 다룬 범죄 액션 스릴러다.
원래 이 작품의 주인공 포 호스맨 중 탈출마술의 귀재, 헨리의 캐릭터는 남성이었다. 위험천만한 물탱크 탈출 마술과 공중 부양을 소화해야 하며, 다른 남성 캐릭터들보다 당차고 대범한 성격으로 쇼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담당한 에드워드 리코트(Edward Ricourt)는 “원래 헨리의 역은 남자배우를 염두에 두고 썼다. 작업하던 중 아일라 피셔를 보고 역발상으로 헨리 캐릭터를 여성으로 설정하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성별을 바꾸었다”고 밝혔다.
또한 아일라 피셔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헨리는 아슬아슬한 걸 즐기고 두려움을 모르는 캐릭터이다. 나도 이 배역을 맡으면서 여러 가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실제로 아일라 피셔는 헨리라는 캐릭터가 가진 대담함을 드러내기 위해 약 400L의 물이 들어있는 수조에서 쇠사슬로 손발이 묶인 채 장시간 숨을 참고 버텼다. 또 맨몸으로 천장까지 몸을 띄웠다가 공중제비를 하는 등 대역 없이 촬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