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식물의 치밀하고 효율적인 소통- 송광섭 사회생활부장

입력 2013-08-05 12:35 수정 2013-08-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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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그냥 살아가지 않습니다. 식물은 어떤 자리에서든 아무리 척박해도 주어진 곳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추위와 더위 등 온도 및 계절 변화에 다른 생명체보다 기민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다른 식물에게 큰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누가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기온 변화에 따라 옷을 입기고 하고 벗기도 하고, 한마디로 자동 시스템입니다. 자유자재로 자기 몸을 컨트롤합니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상하거나 주인이 베지만 않는다면 이 천연 자동 시스템은 생명이 다할 때까지 연속적으로 가동됩니다.

나무 뿌리끼리 서로 소통한다는 얘기는 식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서로의 공간을 인정하고 일정 범위를 두고 자신의 뿌리를 뻗기도 하고, 다른 방향으로 우회하기도 합니다. 식물들은 공격을 받으면 냄새를 풍겨 병원균이 공격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주변 식물들은 해당 병원균에 저항력을 증강시킵니다. 또 식물은 한 잎이 해충이나 병원균에 공격당하면 다른 잎에 신호를 보내 대비를 하게 합니다.

열매를 맺는 것도 다 의미가 있습니다. 모두가 소통을 위해 자신의 빛깔과 향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여름 녹음이 우거진 숲속에 빨간 열매를 다는 것은 다른 곤충들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함입니다. 물론 자신의 열매를 가장 잘 번식시키기 위해 빛깔까지도 연구를 합니다. 즉, 새나 곤충들의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 녹색과 보색관계인 화려한 빨간색의 열매가 달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단풍나무 열매는 헬리콥터 날개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 가벼운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소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새나 곤충들을 매개체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게 신호를 보내 자신을 보존합니다.

식물에게도 피토크롬(phytochrome)이라는 눈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나뭇잎 끝 지점이나 가지의 끝 지점에 빛을 감지할 수 있는 물질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사람의 눈 역할을 해 가지가 어디로 뻗어 나가야 좋을지를 미리 판단합니다. 옆에 장애물이 있으면 이를 피해 빈 공간으로 가지를 뻗습니다. 또 가시광선이 들어오면 이를 감지하고 광합성을 시작합니다. 서로 맞붙어 있는 나무는 상대방 쪽을 피하고 반대편으로 무성한 가지를 달리게 합니다. 공생을 위해서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 셈이지요.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도 일종의 신호를 주고받는 필사적 네트워킹을 합니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팀이 연구한 결과 식물은 해충이나 병균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 동종 식물끼리 신호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잎과 잎, 잎과 뿌리 간 신호를 전달하는 활동을 하고 있고, 흙 속에 있는 유익한 미생물과도 신호 전달을 통한 네트워킹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면역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세균과 곰팡이를 뿌리 주변에서 유인해 밀도를 높이고, 이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해충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최근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인간의 유전자가 2만500개에 불과하다는 발표를 했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의 유전자가 3만~3만5000개 이하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식물의 유전자가 4만개 이상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네 사는 세상은 항시 어수선합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파행과 관련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주장도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민생법안들은 잔뜩 쌓여 있습니다. 우리네 서민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늘 벼락치기 공부 형태로 막판 타협을 합니다. 그렇다 보니 나중에 문제점 등 부작용이 노출되곤 합니다.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CJ그룹으로부터 3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구속됐습니다. 개성공단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마지막 회담 제의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힘으로 상대방을 짓누르고 자신만을 위한 목소리를 키웁니다. 상대방의 불행과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승자의 논리만이 적용됩니다. 인류의 역사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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